'법률 리스크·낙하산 논란…' 은행권 CEO 선임 '시끌'

금감원, 신한금융 사외이사 만나 '법적리스크' 전달
후임 기업은행장 관료 출신 하마평…노조 "낙하산 반대"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 중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 사외이사 측에 '법률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 후임으로는 관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놓고 '법률 리스크'와 '낙하산 논란' 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과 일부 금융회사 간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면담하고 신한금융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적 리스크가 그룹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조 회장은 지난 2015~2016년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의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18일 변론종결 후 검찰구형이 이뤄지면 내달 중순 선고가 예상된다. 즉 금감원은 조 회장 연임 확정 후 그가 재판에서 실형이 확정될 경우 지배구조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란 견해를 전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회추위는 같은 날 조 회장을 포함한 차기 후보 면접대상자 5명을 확정하는 등 차기 회장 선임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회추위는 오는 13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일찌감치 신한금융은 지난 26일 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최종 판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우려한 법률 리스크를 고려해도 조 회장의 연임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정’ 내 경영진에 관한 사항을 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다만 신한금융 측은 이는 확정 판결을 기준으로 본다. 

 

금감원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 민간 금융회사의 차기 회장 후보 인선 과정에서 회추위원을 면담한 걸 두고 자칫 외압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바젤 등 국제기준에서도 감독당국과 이사회 간 적극적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의견을 사외이사에 전달한 건 당연한 소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2월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던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3연임 시도에 대해 같은 입장을 전달했고, 당시 함 전 행장은 연임 의사를 접은 바 있다.

 

오는 27일 임기가 끝나는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조준희 전 행장 이래 권선주 전 행장, 김도진 행장까지 세 번 연속 자행 출신 인사가 행장에 올랐다. 최근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새 기업은행장 하마평에 오르면서 이 같은 관례가 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관료 출신 후보들의 기업은행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기자회견 등 낙하산 인사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동일한 영업활동 및 경쟁구조를 가진 은행"이라며 "관직에서 정책을 짜던 분들이 은행 경영을 맡는 데엔 전문성 측면은 물론 장기 경영비전 제시, 소통 능력 등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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