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아람코 상장'…국내 증시에는 악재?

국내 증권시장 수급 상황 악화 우려
상장이슈 선반영돼 영향력 미미할 것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이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유기업인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국내 증권시장의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아람코 공모가가 공개된 후 상장 이슈가 선반영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가를 예상치 상단인 주당 32리알(8.53달러)에 확정했다. 아람코는 개인투자자에 지분의 0.5%, 기관투자자에 1%를 할당해 오는 11일부터 주식거래를 시작한다.

 

아람코는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의 1.5%인 30억주를 매각해 256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기업가치는 1조7000억달러로 측정됐다. 이는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을 뛰어넘는 수치다.

 

아람코는 상장 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 편입 가능성이 크다. 아람코가 MSCI지수에 편입될 경우 사우디 비중이 늘면서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즉 코스피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MSCI EM지수에서 아람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다. 이같은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MSCI EM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2%포인트(9000억원 규모)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MSCI지수 정기 변경으로 국내 비중이 줄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됐다가 가까스로 멈췄지만, 아람코 상장이 다시 외국인의 주식 매도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람코는 현금 흐름이 많고 원유 보유고가 타사 대비 월등하다"며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이 9~17년 정도 채굴 가능한 원유가 있다면 아람코는 52년 정도 채굴 가능해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MSCI는 아람코 상장 이후 최대한 빨리 지수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며 "MSCI 지수 추종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수급상 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아람코의 공모가가 발표된 이후 상장 이슈가 이미 선반영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람코가 큰 기업이긴 하지만 상장을 사우디에 하면서 접근 자체가 제한적이라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며 "공모 가격도 예상했던 금액 내에서 크게 움직인 것이 아니기에 일부 매도 압력이 있다고 해도 단기에 소화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아람코의 상장 대상 주식 지분 비율이 5%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며 "MSCI의 아람코 편입은 중국 A주 편입 사례와 같이 여러 차례가 아닌 한 번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슈의 지속성이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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