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정희원·유은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가 벼랑끝에 섰다. 소비자와 환불 수수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일부 여행사는 무급 휴가, 명예퇴직 등에 이어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에 여행업계는 정부 차원의 해결책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화권에 동남아까지 취소 러시
11일 인터파크 투어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여행 취소나 취소 문의는 계속 있는 상태고 신규예약도 줄었다”며 “B2B 시장에서도 각 기업 사정에 따라 대부분 일정을 하반기쯤으로 연기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동남아가 전체 업계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높아 타격이 무척 거세다는 것”이라며 “유럽·미주 등 장거리 여행지의 취소는 그나마 덜 하지만, 사실 1월 말부터 신규 예약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월 모두투어의 여행상품 판매는 23.4% 줄었고, 하나투어도 1월 해외여행 수요가 약 18만7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7%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행사는 취소 수수료를 떠안아야 하지만, ‘분위기상’ 이를 무료로 취소해야 하는 만큼 더욱 휘청이고 있다.
▲중국 제외한 국가, 여행가도 무방... 다만 ‘돌아온 후’ 문제
한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중국을 제외한 여행지를 피할 이유는 없다”며 “대만이나 마카오 역시 한국보다 확진자가 적고, 애초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카오의 경우 수많은 중국인이 왔다갔다 하는 지역임에도 확진자가 늘지 않는 것을 보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토로했다.
다만 이들은 여행지에서의 감염보다는 ‘돌아왔을 때의 주위의 반응’이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혹시 여행 가서 옮아온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는 케이스도 많다는 것이다.
▲온라인 예약도 감소세 뚜렷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온라인 여행사(OTA) 업계에서도 여행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등 여행 수요 자체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에서 지난달 3일부터 한 달간 국제선 항공권 예약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예약은 50% 감소했으며, 예약했다가 취소한 비중도 54%에 달했다.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OTA 업체들은 여행자들이 보건 당국과 지역 당국의 건강 및 안전 정보를 따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 OTA 관계자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동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예약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에서도 확산 저지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예약률 변동을 모니터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중화권뿐 아니라 동남아 등 여행지까지 취소 문의를 하거나 신규 예약을 하지 않는다”며 “대체로 여행을 떠나기 염려하거나 조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태 장기화로 무급 휴가, 명퇴 이어져
사태가 장기화하자 각 여행사는 무급 휴가, 명퇴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말부터 시행됐던 시간선택제, 주 3~4일제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희망자에 한해 리프레시 휴직도 공지한 상태다.
자유투어는 모회사인 모두투어보다 상황이 열악하다. 자유투어는 상황 악화로 인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형편이 되는 임직원들에게 퇴사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유투어는 예약자들에게 약 20억원을 환불해주며 어려움에 빠졌다고 알려졌다. 구조조정과 수십억대의 빚으로 이제는 손님이 환불해도 돌려줄 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무급 휴가나 명예퇴직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KRT여행사는 최소 필요 인력을 제외하고 중국팀에 한해 2월 한 달간 무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여행업계 관련 주가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10일 오전 현재 하나투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1% 내린 4만8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노랑풍선도 전일보다 0.71% 떨어진 1만3900원에 거래 중이다. 모두투어는 전일 대비 2.22% 오른 1만615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올해 초 2만원 근처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진 수준이다.
kw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