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도 자금난 우려되는 카드사

한은 기준금리 인하 불구 채권금리 오름세…“돈 구하기도 힘들어”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긍정적…“코로나19 장기화 시 부족할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75%까지 내려갔지만 카드사들은 되레 자금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를 인하에도 채권 금리가 상승세인 데다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돈을 구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일단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어 급한 불은 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장금리도 떨어져 카드사 등의 자금조달비용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6일 1.099%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4일 1.127%로 0.02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268%에서 1.430%로,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765%에서 2.006%로 각각 뛰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내렸음에도 시장금리는 거꾸로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금융채의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이)도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금융채 3년물 신용 스프레드는 이달초 0.349%포인트에서 지난 20일 0.487%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자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에만 매달리면서 채권 선호도까지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우량 자산인 미국 국채마저 외면받을 만큼 투자자들이 극단적으로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오히려 높아진 자금조달비용에 신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금시장이 심히 경색돼 돈을 구하기조차 힘든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채권을 발행해도 수요가 적어 기대만큼 자금을 모집하기 어렵다”며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부진한 부분도 자금난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과거 발행된 ELS들이 잇따라 손실을 내면서 ELS에 대한 인기도 떨어졌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초부터 20일까지 ELS 발행액은 3조2361억원에 그쳤다. 전월(6조5273억원)이나 전년동월(7조9316억원)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다.

 

ELS에는 카드사, 캐피탈사 등이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채도 포함된다. 따라서 ELS가 부진할수록 카드사의 자금난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대외환경 이슈 탓에 여전채 금리는 지속적인 상승 추세라 자금조달비용도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카드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배 규모다. 기업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심각한 만큼 더 과감하게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 중 일부는 여전채 매입에 투자될 전망이다. 이는 카드사나 캐피탈사 자체보다는 이들에게서 돈을 빌리는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한 조치지만, 어쨌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단 한숨 돌렸다”면서도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불황은 언제 가라앉을지 불확실하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로도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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