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에 감염된 '미국 경제'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세계 경제를 동시다발적으로 멈추게 한 코로나19發(발) 경제 위기 여파가 미국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S&P 지수 하락 폭은 최대 30%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컸다. 무엇보다 최근 증시 폭락의 속도와 변동 폭이 과거 어느 위기 때보다 위협적이었다. 또 3월 셋째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328.3만 명으로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인 1982년 10월 69.5만 건, 2008년 금융위기 당시(2009년 3월) 최고치인 66.5만 보다 약 5배 높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고용 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난 3월 한 달 동안 미국은 역대급 기록을 만들어 냈다.

 

상황이 심각하다보니 미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소비 부문도 심상치 않다. 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5%로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물론 미국 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이었지만 다수 품목의 판매가 부진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반영하면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향후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는 98.1포인트로 트럼프 대동령 당선 시기인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미국의 3월 ISM 제조업 지수는 49.1로 기준점 50을 하회하면서 제조업 경기 위축 국면으로 진입했다.

 

미국은 경제 활동의 셧다운에 따른 급격한 경기 침체와 기업의 자금난 확산으로 촉발될 수 있는 금융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에 나선 가계와는 달리 미국 기업의 부채는 팽창해왔다. 이로 인해 기업 자금 조달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에 미국 정책 당국은 거센 반격을 시도했다.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집중했고 금융 불안을 잠재우는 데 노력했다.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강력한 재정정책도 내놓았다. 총규모가 2.2조 달러 규모인 코로나19 대응 패키지 법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했다. 이러한 규모는 2019년 미국 GDP 21.4조 달러의 약10% 수준이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집행된 경기부양책 1조6000억 달러 규모보다 2배 확대된 역대 최대의 경기부양법안이다.

 

이러한 미국 정책당국의 노력이 코로나19의 타격을 어느 정도 보전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미국 정부의 유례 없는 대규모 부양책 추진에 정책 평가는 높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경제활동 셧다운, 고용악화, 증시조정 등을 감안하면 미국 경기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이 32.1%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분석은 경기부양책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이 사태가 고용시장에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만일 바이러스가 여름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면 모든 예상은 더 안좋아질 것"이라 언급하는 등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 상황에 따라 경제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3월 한국 수출은 코로나19 영향에도 전년대비 0.2% 감소하며 선방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의 수출 부진이 본격화되지 않는 등 코로나19 영향이 다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미국 행정부는 미국인 자택 대피를 4월로 연장했다. 이로써 미국의 경제 활동이 정지되는 기간이 길어진 만큼, 우리의 수출 물량의 부진을 피할 수 없다. 결국 향후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수출 타격은 한국 경제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악화된다면 역성장 기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경제 지표보다 향후 악화될 미래 상황을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따라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책 대응 수단을 마련하고 경기 흐름의 급격한 하강을 방지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저성장 고착화 탈피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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