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1분기 대규모 적자…저비용항공사 존폐기로

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1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항공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분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손실 규모는 2000억원 초반에서 2400억원 사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한 2조35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대한항공에 대한 목표주가를 종전 3만4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낮췄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연간 영업손실 176억원을 기록해 2008년 이후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이후 업황 개선에 따라 대한항공은 꾸준히 견실한 실적을 보여왔다. 특히 2016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1208억원으로 2010년 이후 6년 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2017년~2018년은 2년 연속 연간 매출이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연간 실적은 일본 불매 운동 등 여파로 매출 12조6834억원, 영업이익 2575억원, 당기순손실 6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이 현실화되면 대한항공은 약 7년 만에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은 24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올 1분기 여객 매출액도 전년대비 32.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에만 3000억원 이상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은 16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아졌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국제선 노선 72개 중 24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운항 편수는 일평균 5~10대까지 급감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서울은 2015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여파는 LCC(저비용항공사) 실적에도 치명적일 전망이다. 6개 LCC 중 업계 1위 제주항공과 진에어를 제외하고는 4개사가 모두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항공도 전체 82개 국제선 노선 중 2개만 살아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2650억원, 영업손실 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 진에어(-407억원), 티웨이항공(-379억원)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에선 정부가 공항관련 비용의 납부유예, 저비용항공사(LCC) 금융지원을 발표했지만 항공사들의 최소 운영자금을 감안할 때 1~2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항공산업에 준 타격은 사스(SARS)나 메르스(MERS) 당시보다 훨씬 크다. 항공사들이 보유한 현금으로는 2~3개월 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의 기본 가정은 코로나19 영향이 2분기 정점, 3분기 점진적 회복, 4분기 정상화되는 것이었으나 변동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항공사의유동성 위기가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 항공사도 동일하게 유동성 우려가 존재한다. 대형국적사보다 LCC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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