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테크’ 잡아라… 스타트업 투자 뛰어든 유통업계

신세계그룹, 공동출자 형태의 기업형 벤처캐피탈 설립
롯데·GS홈쇼핑, 가장 적극적으로 유망 스타트업 지원
하이트진로·아모레퍼시픽·CJ·KT&G - 투자 확대

신세계그룹, 롯데, GS홈쇼핑 등 유통업계가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월드타워에서 직원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는 모습.   롯데지주 제공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유통업계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급속한 유통환경 변화에 대비해, 자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테일테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다.

 

◆신세계그룹 - 기업형 벤처캐피탈 설립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신세계인터내셔날(SI)과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는 내달 중 공동출자 형태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한다. 자본금 규모는 총 200억원 정도로 SI와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가 각각 100억원, 60억원, 40억원을 투자한다. 법인명은 미정이다.

 CVC는 대기업이 벤처투자(지분인수)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개발된 기술을 자사 사업에 적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신세계그룹의 스타트업 투자는 처음이 아니다. 이마트와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동영상·이미지 기술로 무인매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인터마인즈에 각각 5억원과 10억원을 투자했다. 인터마인즈 기술은 AI가 구매 품목과 구매자를 인식해 자동 결제하는 것으로 미국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와 비슷한 형태다.

 

신세계 관계자는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신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신세계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도 또 다른 목표”라고 말했다.

 

◆롯데·GS홈쇼핑 - 업계 스타트업 투자 선도

 

유통업계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롯데와 GS홈쇼핑이다. 롯데는 2016년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창업보육기관인 ‘롯데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해왔다. 신 회장은 법인 설립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을 사재 출연했을 정도로 스타트업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초창기 벤처회사를 선발해 창업지원금 2000만원~5000만원과 자문을 제공하는 엘캠프(L-Camp)를 통해 100여곳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롯데 계열사들과 연계 사업도 실시한다. 실제 엘캠프 1~4기 스타트업 61개사의 기업가치는 약 3.4배 뛰었고 절반 이상은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올해에도 마감할인 식음료의 판매·구매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라스트오더’, 24시 즉시 배달 온라인 편의점 ‘나우픽’이 각각 20억원, 6억원의 후속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GS홈쇼핑은 자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현재까지 600여개 벤처기업에 3600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CoE(Center of Excellency)’라는 전문가 집단을 운용해 벤처기업의 사업개발이나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의 투자로 성장한 스타트업 중 대표적인 게 다이어트 코칭 벤처기업 ‘다노’, 밀키트(반조리 간편식)업체 ‘프레시지’, 반려동물용품 배달 서비스업체 ‘펫프렌즈’ 등이다. 또 GS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한 투자 벤처기업들의 올해 1분기 총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다.

온라인쇼핑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하이트진로·아모레퍼시픽·CJ·KT&G - 투자 확대

 

하이트진로도 최근 스타트업 2곳과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미래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스타트업은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개발하는 ‘이디연’과 스포츠 퀴즈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하는 ‘데브해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스타트업이나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은 사내 벤처 ‘린스타트업’, KT&G는 예비 청년 창업가를 발굴 및 육성하는 ‘상상스타트업’, CJ그룹은 벤처기업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오벤터스’ 등을 운영하며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통기업이 생존하려면 스타트업 투자가 필연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소비문화 변화로 국내 유통업계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여러 기업들이 AI 등 미래기술과 유통을 결합한 ‘리테일테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신사업 확장,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플랜 차원에서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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