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생보사,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리스크 헤지가 우선…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에 집중해야

안재성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기자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생명보험사들이 차가운 겨울바람의 한가운데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초저금리까지 겹쳐 생보사들에게 지금만큼 어려운 시절은 처음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그러나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어려울수록 쉬운 길을 찾기보다는 생명보험의 기본, 보장성보험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산운용에서도 묘기를 부리기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집중하는 게 위기를 넘기는 현명한 방식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거둔 2회차 이후 보험료는 총 1조4137억원으로 전년 동기(9525억원) 대비 48.4%(4611억원) 급증했다.

 

회사별로는 한화생명이 전년동기(4162억원) 33.7% 늘어난 5566억원을 기록해 방카슈랑스 채널의 2회차 이후 보험료가 제일 많았다. 교보생명은 3195억원에서 5142억원으로, 푸본현대생명은 53억원에서 1618억원으로 각각 60.9% 및 2959.3%씩 뛰었다.

 

미래에셋생명(588억원), 삼성생명(503억원), DB생명(384억원), IBK연금보험(166억원) 등도 1분기 중 100억원 이상의 2회차 이상 보험료를 나타냈다.

 

방카슈랑스는 그 특성상 저축성보험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는 생보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하락한 수입보험료를 벌충하기 위해 저축성보험에 힘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분명 수입보험료를 단숨에 늘리려면, 보장성보험보다 저축성보험이 유리하다. 종신보험의 월납 보험료는 대개 10만~20만원인 데 연금보험, 유니버셜보험, 변액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월납 보험료는 보통 20만~30만원, 많으면 50만원이나 1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저축성보험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면, 결국 고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나중에 보험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오는 2023년부터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의 예정이율과 시중금리의 차이는 모두 부채로 계산돼 생보사의 책임준비금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이미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들 때문에 심각한 자본확충 부담에 시달리는 생보사들이 다수다. 여기에 새로운 부담을 늘리는 것은 현명한 방안이 아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이 단기간에 생보사 실적을 끌어 올리는 데는 용이한 상품이지만, IFRS17을 앞두고 이를 섣불리 늘렸다가는 훗날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익 면에서도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생보사 전속설계사가 연금보험을 하나 팔아 받는 인센티브는 대기 월납 보험료의 200~300% 정도다. 변액보험이나 유니버셜 보험도 500% 수준에 머문다.

 

반면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 판매 시에 지급되는 인센티브는 월납 보험료의 700~800%, 많을 경우 1000%를 넘기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이유는 물론 그만큼 보험사가 얻는 이익이 많아서다.

 

IFRS17의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월납 보험료 50만원의 연금보험보다 월납 보험료 10만원의 종신보험이 보험사에게 더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즉, 상황이 어려울수록 저축성보험이 아니라 종신보험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1990년대에 일본 생명보험업계를 덮친 불황의 회오리에서도 저축성보험에 집중한 생보사들이 줄줄이 파산한 반면 보장성보험에 힘을 기울인 생보사들은 살아남았다.

 

1997년 연금보험을 열심히 팔던 일본 보험업계 16위 닛산생명이 파산한 데 이어 비슷하게 저축성보험에 집중했던 6개 생보사가 추가로 파산했다.

 

반면 타이요생명, 다이도생명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한 생보사들은 살아남았으며, 오히려 타사의 파산을 틈타 시장점유율까지 올렸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줄도산 흐름에서 살아남았던 중소형 생보사들은 위험률차익 확보에 주력하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했다”고 진단했다.

 

생보사의 기본은 당연히 보장성보험, 그 중에서도 사망보험이다. 그리고 사망보험 중에서도 생보사에게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는 것은 종신보험이다. 따라서 저축성보험보다는 종신보험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는 보수적인 자산운용이 바람직하다. 운용자산이익률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리스크 헤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사업 확장보다 생존을 우선시해야 할 시기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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