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대책’·‘임대차 3법’이 불러온 월세 극선호 현상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에 전세→월세 전환 가속화
버팀목·청년층 보증부 등 월세대출 수요 급증 전망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7.10 대책’에 더해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 중인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다주택자들의 월세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도 급증해 버팀목대출 등 월세대출이나 월세 마련 목적의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임대주택 중 월세 비중은 28.3%로 지난해의 27.8%보다 0.5%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2015년 이후 5년만에 월세 비중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초저금리로 인해 월세 수익을 원하는 다주택자가 늘어 전세의 월세 전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원룸) 평균 월세는 56만원으로 전월 대비 6% 뛰었다.

 

특히 월세가 비교적 저렴했던 금천구(38만 원), 도봉구(37만 원), 구로구(38만 원) 등에서 전월 대비 9% 이상 급등했다. 강북구(39만 원), 노원구(40만 원), 은평구(41만 원), 영등포구(45만 원) 등에서도 월세가 7~8%씩 올랐다.

 

이런 상황 속에서 7.10 대책과 임대차 3법이 월세 추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우선 7.10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이 6.0%로 인상되는 등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져 이를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마련을 위해 전세금액을 크게 높이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도 본래 목적인 세입자 보호보다 임대 시장을 교란시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다주택자들이 현금흐름을 위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전세매물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치솟고 있다. 서울 비강남권과 경기도 등지에서도 10억원이 넘는 전세매물이 쏟아지는 중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7억~8억원 수준이던 같은 지역의 전세가격이 10억원으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전세를 놓는 집 주인은 바보가 된다”며 “대부분의 다주택자들이 월세 전환을 노골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유가 있는 다주택자는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뒤 고액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며 “여유가 없는 다주택자도 기존 보증금을 유지한 상태에서 월세를 추가하는 반전세로 전환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현상이 전세매물 품귀 현상을 불러 전세가격까지 폭등시키고 있다”며 “세입자들의 부담은 점점 가중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 카페 등에는 “집 주인이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전세 보증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월세 추가를 요구해왔다” 등 세입자들의 하소연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전세가격 오름세나 전세의 월세 전환이 확대될수록 세입자들의 고통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세자금대출금리가 평균적으로 2%대, 정책 지원을 받는 경우 1%대인 점을 고려하면 전세대출을 받는 것이 월세보다 주거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게다가 월세가 점점 더 오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전세랑 경쟁해야 해서 월세가 싸게 책정됐다”며 “그러나 요새는 전세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 월세 상승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대차 3법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머리를 저었다. 그는 “민주당은 기존 계약까지 소급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위헌 소지가 커서 실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버팀목대출, 청년 전용 보증부 월세대출 등 월세대출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시작하는 ‘서울 청년월세지원’에는 지원 대상인 5000명보다 7배 가량 많은 3만4201명이 몰리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월세대출이나 월세 마련 목적의 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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