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중소 사업자 돕는 비즈니스 내비게이터 ‘에멘탈’

중소사업자 간편 경영관리 플랫폼 ‘비즈넵’ 운영
매출·비용·세금 등 경영 데이터 통합 조회·분석

이성봉 에멘탈 대표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2020년만큼 중소 상공인들에게 힘든 시기가 또 있었을까. 장기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터지면서 적잖은 중소 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열악한 경영 환경뿐만이 아니다. 사업에 필수적인 세무, 매출·매입 분석, 미수금 관리 등에 대한 전문지식과 이해도가 낮아 큰 낭패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요즘처럼 자금 사정이 어려운 시기엔 사소한 실수가 폐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비즈넵 인기, 소상공인부터 개인 유튜버까지

 

2016년 설립된 에멘탈(대표 이성봉)은 중소사업자의 정보 비대칭 해소와 경영 지원을 위해 IT 기반의 전문적인 재무, 세무,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주력 상품인 ‘비즈넵’은 비즈니스 내비게이션이란 의미로 매출·매입, 비용, 세금, 정부지원사업 등 데이터를 통합해 한 곳에서 모아 보여주고 사업 결산 리포트를 자동으로 작성 및 발송해준다. 업체별 거래 내역을 확인해 미수금 및 리스크 관리도 할 수 있다. 이는 중소사업자가 전문적인 지식이나 번거로운 작업 없이 분석 결과를 활용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9년 1월 정식버전을 출시한 비즈넵은 현재 고객사로 300개 이상 세무사 사무실과 전국 6만개 이상 사업장을 관리 및 지원하고 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개인 유튜버 등 고객 유형도 다양하다.

 

이성봉 에멘탈 대표는 “비즈넵은 국내 사업자라면 누구나 사용 가능하고 홈택스 계정이나 공인인증서를 연동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입력돼 범용성과 편의성이 우수한 편”이라며 “사업장을 3개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서비스, 공인 회계사와 세무사의 검증을 통한 정확한 데이터 분석 및 제공, PC와 모바일앱 간 크로스플랫폼 구축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멘탈 사무실과 회의실 전경

 

◆공인회계사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사연

 

공인회계사인 이성봉 대표가 꽃길을 마다하고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고난의 길을 결심한 것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3년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세무회계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달리 현장에서 만난 중소사업자 중 상당수가 정보·인력의 부재로 세금계산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돈이 새거나, 정부 지원을 놓치는 등 불필요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고 회상했다.

 

매출 1억~2억원 이하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10억~50억원 규모의 법인, 회사들조차 자금 관리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 대표뿐만 아니라 임직원 대다수가 자금·경영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났음을 인식조차 못하다가 결국 감당하기 힘든 손실을 입고 무너지는 사례도 적잖다.

 

이에 이 대표는 중소사업자에게 친화적인 경영 환경 조성이라는 목표를 갖고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개발 관련 경험이나 지식이 전무해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는 ‘독학’을 결심했다. 컴퓨터공학과 출신도 어렵다는 앱 개발을 혼자 마스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온라인으로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 강의를 듣고 C언어 등 관련 서적을 3회 이상 완독하며 관련 지식을 쌓아 나갔다. 이 대표는 “원래부터 무엇인가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동료들로부터 ‘집념의 이 회계사’로 불리기도 했다”며 “힘든 시기에 때로는 개발자로서, 때로는 기획자로서 담당 직원들과 협업하며 3년 간 플랫폼 개발에 돌입, 비즈넵 서비스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본 충실한 보안관리로 해킹 걱정 ‘끝’

 

비즈넵 서비스 5년차, 이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보안이다. 최근 IT, 핀테크 업계에서 해킹, 개인·기업 정보 유출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체계적인 보안 시스템 구축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에멘탈은 보안 관리를 위해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먼저 보안 관련 국제표준이 권고하는 수준의 단방향·양방향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고, 데이터 접근 권한을 최소화한다. 또 아마존 등 신뢰도 높은 서비스만 활용하고 구성원 대상 보안 교육과 모의 해킹 등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에멘탈은 비즈넵 서비스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신용보증기금, 부산은행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특히 핀테크 1호 상장기업 웹케시로부터 15억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타사들은 매출 합계 같은 단순 정보만을 제공하는 반면 에멘탈은 거래 내역은 물론 인건비나 과거 세금 신고 내역까지 낱낱이 분석한 심층 데이터를 제공하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금융기관과 연계한 소상공인 대상 자금조달 지원 서비스와, 세금 신고 서비스 등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에멘탈 직원들이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자율성 부여해 구성원 발전 의지 ‘UP’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일방적인 지시, 규율보다는 회사 구성원이 스스로 발전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리딩하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각자 주어진 과업만 완수한다면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는 등 프리한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지양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만 충분하다면 지체 없이 과업을 진행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올해 하반기를 에멘탈의 지속 성장을 위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는 비즈넵 등 서비스 플랫폼 연구개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더욱 많은 중소 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케팅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라며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회원사를 연내에 5만, 내년엔 50만까지 확보함으로써 중소 상공인을 위한 종합 사업지원 포털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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