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적 올린 저축은행, 최고금리 인하 조치에 울상

정부가 법정 최고 금리를 20%로 인하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저축은행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울상이다. 이에 벌써부터 최고금리 20% 초과 금리 대출을 대폭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의 가계신용대출 금리대별 취급비중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자산규모 상위 5개사(SBI, OK, 페퍼, 한국투자, 웰컴저축은행)의 연 20% 초과 금리 대출 비중은 평균 22.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월 35.4%와 비교해 12.8% 축소된 수치다.

 

20% 초과 금리 대출 현황은 실적과 반비례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작년 동기 9357억원 대비 9% 증가한 1조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이 3분기 만에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4분기까지 더한다면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순이익 1조2723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이 20% 초과 금리 대출 비중을 현저하게 줄인 이유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때문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문제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으로, 올해 급물살을 탔다. 이에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고기영 법무부 차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고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이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정부는 최고금리 인하로 약 208만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추산 3월 말 기준 20% 초과 금리 대출 이용자는 239만명으로 대출 규모만 16조2000억원이다.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이에 87%(208만명, 14조2000억원)가 매년 4830억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업계는 다르다.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그만큼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고, 저신용자는 대부업 또는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수익 저하가 고민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곳 위주로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1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20% 초과 금리 대출 비중이 전체 22.71%에 달한다. 이마저도 지난해 동월 기준 40.61%에서 절반 가까이 축소한 수치이다. OK저축은행도 비슷한 수준이다. 웰컴저축은행은 무려 전체 39.54%가 20% 초과 금리 대출이라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전망대로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이자를 아낄 수 있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 대출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가능하다”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대출 공급량 자체가 현저하게 축소할 것이며, 이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