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의 대책, 종부세 무색… ‘집값 오른다’ 기대감 역대 최고

주택가격전망지수 130… ‘6·17 대책’ 이후 오히려 상승세
종부세 인상돼도 강남권 집값 대기수요 많아 보합 전망

24번의 부동산 대책과 종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무려 24번의 부동산 정책과 종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되는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에 ‘내성’이 생긴 데다, 서울 아파트값이 23주 연속 상승하는 등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기대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30으로 2013년 1월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월(122)과 비교해 한 달 새 8포인트(p)나 뛰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00보다 큰 것은 해당 질문에 대한 긍정적 대답이 부정적 대답보다 많다는 뜻이다. 결국 조사 대상자 중 지금보다 1년 뒤 주택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더 늘면서 이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셈이다.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 심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 얼어붙었다. 하지만 올해 4~5월 96으로 100을 밑돌던 지수는 6월에 16p, 7월에 13p 올랐고 8~9월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일각에선 정부의 서툰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지수가 급등한 6월과 7월의 경우 갭투자 방지책 등을 담은 ‘6·17 대책’의 영향이 컸다는 주장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올해 7~8월 이후 주택가격전망지수가 높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최근 전셋값이 올랐고 전국 주택가격 상승세가 꾸준히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며 “다만 실제로 집값이 추가 상승할지는 정책 효과가 어떻게 반영될 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종부세 인상이지만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 외로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3일 국세청은 올해 6월 1일 기준 주택과 토지 보유 현황을 바탕으로 한 종부세를 고지했다.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1가구 1주택은 9억원)을 넘기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다. 종부세 세율은 주택수와 과세표준 액수에 따라 0.5∼3.2%가 적용된다. 이번에 새로 종부세를 내게 되는 1주택자는 8만 명 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에선 늘어난 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급매가 많지 않고, 대기수요가 풍부해 아파트값이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거래가 줄면서 매물이 쌓이고는 있지만 급매가 나오거나, 집주인이 호가를 크게 낮추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대기수요가 항상 있기 때문에 매물이 나온다고 해서 가격이 바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강남 집값은 떨어진 집값을 대기수요가 바로 받쳐주면서 지탱되는 구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올해 연말보다는 내년 6월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내년 상반기 안에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가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의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은 0.25% 상승해 지난주(0.2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해당 기간 상승률은 감정원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치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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