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지점 설치 더 쉬워졌지만… 업계는 ‘글쎄’

금융위원회가 최근 저축은행 지점 설치와 관련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호저축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았으나, 업계에서는 "금융 디지털화, 지점 효율성 등의 이유로 지점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활성화를 위해 지점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지점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활성화된 비대면 거래에 집중하는 전략과 맞물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점포 효율화 작업에 한창이다. 이는 시중은행만 해당하지 않는다. 저축은행 역시 같은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3일 저축은행 지점 설치를 기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하는 '상호저축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은 금융위원회를 두고 ‘현실성이 부족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줄인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9월 말까지 기준 119개다. 1분기에만 72개 지점을, 2분기 23개, 3분기 24개 지점을 줄였다. 업계는 4분기에도 약 80개 점포를 정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연내에만 200개 점포가 사라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고 있고,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사실상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을 활성화하고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상호저축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하며 점포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꿨다. 지점 설치규제가 없는 은행 등 타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디지털금융 혁신을 외치면서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언택트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서 각 저축은행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오히려 점포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점포 수는 30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점 급감 현상이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등이 급증하면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이 3분기 만에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최대 실적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선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면서 중금리 대출 전략을 유지해 온 저축은행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코로나19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 대형 저축은행은 이미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상황이고, 중소 저축은행은 지점을 늘릴 여력이 없다”며 "단순히 지점 신고제가 저축은행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young070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