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물러난 ‘알리페이’… 한국진출의 숨겨진 목적 ‘데이터’

전자금융거래법 개편과 카카오페이 IPO 맞물리면 상황 달라져
소비자 구매정보,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로 흘러갈 수 있어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의 전자금융거래 업체 알리페이가 향후 한국 시장에 진출해 한국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공세에 나선다면, 금융사는 물론 쇼핑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중국의 글로벌 ‘빅테크’로 불리는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가 최근 불거진 한국 진출설과 관련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알리페이의 한국 진출은 단순히 국내 금융 기업과의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으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 그룹의 전자금융거래 업체 알리페이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전자금융업자 등록 방안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알리페인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서비스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발을 뺐다.

 

중국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알리페이는 이미 한국내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손잡고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만 대상으로 결제 서비스를 해왔다. 또한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 소속 ‘알리페이 싱가포르 홀딩스’는 카카오페이의 지분 중 절반에 가까운 43.9%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알리페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결정을 내려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해외 글로벌 기업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기가 어렵다. 하나은행과 함께 내놓은 서비스의 경우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알리바바는 금감원을 통해 예외적용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 역시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고, 2가지 변수가 수면 우로 떠오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디지털금융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지난 2006년 제정한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개정안 세부 내용을 마련 중이다. 이 개정안에는 해외 빅테크가 국내 금융업에 진출할 경우 진입 요건에 대한 내용과 국내 금융사와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2가지 변수가 결정 나면 알리페이 입장에서 한국 진출은 충분히 매력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첫 번째 변수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이고, 두 번째는 카카오페이가 현재 심사를 받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카카오페이가 상장되고,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을 경우 국내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은 알리페이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카카오, 네이버페이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록인 효과’로 인해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 목적인 간편결제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진출에 성공만 한다면,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국내 소비자의 소비 데이터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알리바바의 거대 쇼핑몰이 알리익스프레스를 한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개편한다면, 국내 간편결제 기업은 물론 쇼핑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19일 막을 내린 올해 '11·11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에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 소비자 총거래액(GMV)은 페스티벌이 시작된 지 7시간37분 만에 지난해 페스티벌 첫날의 총거래액을 돌파했다. 이 모든 것이 알리페이로 이뤄진다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young070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