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배산업, 수조원의 지속적 투자…"물류시장 필수서비스로 등극"

대규모 일자리 창출·160조원 규모 온라인 유통시장 지탱해

 

사진=CJ대한통운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지난 1992년 1월 한진택배가 ‘일관수송업’ 허가를 취득, 같은 해 처음으로 택배서비스를 선보인 후 국내 택배산업은 코로나 팬더믹과 맞물려 파죽지세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서비스 파행 없이 영원한 ‘을’의 지위에서 묵묵히 물류현장을 지켜온 택배기업과 근로자들의 성실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간산업 시장에 핵심 물류서비스를 제공해 온 동종의 수출입 및 산업화물 운송 담당 컨테이너 화물운송업계의 화물연대는 지난 2003년 첫 대단위 물류대란 파업이후 지속적인 자기 목소리를 통해 인상된 ‘안전운임제’를 얻었다. 

 

반면 택배산업은 괄목할만한 가격 인상이나 산업시장을 멈추는 과격한 노동환경 개선 요구도 없이 대국민 서비스 향상과 운영 합리화에만 전력투구 해왔다. 

 

여기에는 일선 택배근로자들의 노고와 역할도 컸지만, 택배기업들의 지속적인 경영 최적화 노력과 끊임없는 운영 개선방안 아이디어 개발, 수 조원에 이르는 대단위 물류시설 거점과 자동화 장비, IT투자 등이 이어진 덕분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택배 물량은 약 20% 증가세를 넘어 그 어느 시기보다 뜨거운 호시절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참으며 견뎌온 곪고 아픈 상처들은 여기저기서 근로자들의 사망과 자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 택배사업은 신규 사업자에게 큰 재무적 부담 없이 가능해 다양한 중소 택배기업들까지 시장 진출에 나서게 했다. 이후 2000년대 택배 춘추전국시대를 맞으며 경쟁이 심화되자 대기업은 물론 중소규모 30여개의 택배기업들까지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렇게 치열한 시장 붙임을 보낸 뒤 2020년 신규 택배사업자로 시장에 진출하려면 적어도 5곳 이상의 시 도에 총 30개소의 택배 영업소를 갖추고, 화물분류시설 및 보관시설 3곳과 전국 택배화물 추적이 가능한 IT전산망 등을 보유해야 한다. 

 

그럼 택배기업들은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의 투자를 이어온 걸까. 일상에서 당연하게 제공되는 택배서비스는 사실 이처럼 기업들의 천문학적 투자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지속된 덕분이다. 이 때문에 택배산업은 6만여명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기타 후방 산업 관련 일자리까지 만들어 냈다. 

 

국내 택배업 원조기업인 ㈜한진은 최근 그룹 주체인 대한항공의 항공산업 불황에도 불구,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재정적 어려움에도 한진의 유상증자 결정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이어온 택배부문에서의 재투자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란 지적이다. 

 

한진의 이번 결정은 전자상거래 산업의 급성장과 급변하는 물류산업 환경에 따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로 보인다. 

 

롯데택배 역시 기업 인수 합병에 따라 멈췄던 택배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택배는 중부권 메가허브 터미널 구축을 위해 약 3000억원의 투자를 통해 오는 2022년 1월부터 본격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택배가 인수 합병이후 첫 투자에 나선 충북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은 증가된 택배물량에 대비하고, 원가경쟁력 강화 및 배송 네트워크 체제 개선을 통한 수익성 제고 등이 목적이다. 시설운영이 본격화되면 부지 4만평, 건축 연면적 약 5만평의 지상 3층 규모인 터미널에서 하루 15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택배시장의 2, 3위 택배기업이 최근 투자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재정 규모만도 1조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1위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의 택배관련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CJ대한통운은 택배업 최초로 서브터미널 분류설비 완전자동화(전국 SUB터미널 170여 개소 휠소터 설치)에만 1400억원을 쏟아 부었다. 

 

CJ대한통운의 휠소터 투자결정은 온전히 배송기사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분류작업의 노동 강도를 낮출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렇게 CJ대한통운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70여개 SUB 터미널에 자동화 설비를 완료, 국내 최고의 택배화물 자동화 시설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분류작업 효율성은 약 2~4배 높아졌고, 근로자들의 편의성·안전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기존 분류작업 방식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 여타 경쟁사들의 변화까지 가져왔다. 

 

일선 배송근로자들 대부분은 기존 ‘1일 1배송’이 아닌 ‘1일 다회전 배송’ 방식으로 효율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수입 증가와 작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워라벨 개선 등의 효과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택배물량 규모화를 이루기 위해 경기도 광주시에 곤지암 메가허브 터미널을 4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터미널은 축구장 면적 40배 크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1일 처리 물량만 170만 상자에 이른다.

 

소형 택배상품 분류 전담 자동화시설(전국 77개소에 멀티포인트(MP) 역시 오는 2021년까지 1600억원을 투입, 총 77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만 134조원에 달하며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 약 16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택배기업들의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해온 투자 없이는 매년 급성장하는 미래 유통업의 꽃인 이커머스 산업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이은 근로자들의 사망사고를 비난의 화살을 맞는 국내 택배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딱 1주일만 배송을 멈추고 싶다”며 “아마도 1주일은 고사하고 2 ~ 3일만 배송을 멈추도 대한민국 160조원의 온라인 유통시장은 일순간 대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배송근로자들 뿐만 아니라 수 천 억원, 수 조원의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른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 전쟁터 같은 택배산업계 주역으로 자리한 택배기업들 역시 이번 사고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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