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삼성, 총수 부재로 ‘뉴삼성’ 도약 차질 불가피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에 이어 또 한 차례 총수 부재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송영승·강상욱)는 18일 오후 312호 중법정에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회삿돈으로 뇌물 86억 8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 이재용 부회장에 실형 선고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먼저 뇌물을 요구했고, 앞선 2심에서 범죄 피해액 모두를 회복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묵시적이지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을 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또한 양형 판단 중심에 있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도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 됐다. 1심은 징역 5년을 선고했고,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뇌물액 액수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의 선고에서 앞서 무죄로 본 뇌물액 일부를 유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간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 측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대국민 사과 등의 노력을 들어 선처를 호소해 왔으나, 재판부는 징역 9년을 구형한 특검의 손을 들어 징역 2년 6개월을 최종 선고했다. 

 

◆재현된 ‘총수부재’ 악몽…‘뉴삼성’ 도약 차질 불가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다시 한 번 ‘총수 부재’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이 부회장은 계열사 CEO들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총수 구속 악몽이 재현되면서 이 부회장이 추진하던 ‘뉴삼성’ 도약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왔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평택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비전 2030’을 재강조하기도 했으나, 당분간 총수 부재 상태가 지속돼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경영에 필요한 신속한 결정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인 경영은 CEO선에서 가능하지만, 이 부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 등 일명 ‘총수의 영역’이라 불리는 핵심 경영 사안을 결단있게 처리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 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실종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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