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구조 개편 신호탄, 재계도 일제히 움직인다

인적분할을 단행하기로 한 SK텔레콤의 박정호 대표이사                                                        SK텔레콤 제공

 

 [세계비즈=한준호 기자] SK텔레콤을 포함한 재계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긴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SK텔레콤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먼저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통한 중간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의 인적 분할!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개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먼저 시동을 건 것은 SK그룹이다. SK그룹의 SK텔레콤은 지난 14일 AI(인공지능)&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정보통신기술) 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 분할로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5G 1등 리더십을 기반으로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다.

 

 ICT 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중책을 맡는다.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ICT 자회사들의 IPO(기업공개)를 적극 추진해,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은 생활 전반의 편의를 제공하는 라이프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

 

 SK텔레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그룹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 IPO 추진과 한화 에이치솔루션에 관심 집중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 역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인다. 먼저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조2000억원의 실탄을 쥘 수 있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차나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서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추진했다가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세계일보DB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한 한화그룹은 향후 세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동관 50%, 동원·동선 각 25%)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에 관심이 간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지주사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실질적 지주사격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반면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4.44%, 2·3남인 동원·동선씨는 각각 1.67%로 지배력이 약하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에이치솔루션이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해부터 한화의 지분을 잇달아 매수해 한화 지분 보유율을 5.17%까지 늘린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주주의 반발을 고려해 신설회사와 SK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듯 현대차와 한화 등 다른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시장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tongil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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