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3억… 공공재개발 ‘현금부자’ 잔치되나

흑석2구역 3.3㎡당 4000만원선 예상
중도금 대출 안돼 서민층 ‘그림의 떡’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서민층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공공재개발이 ‘현금부자’ 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지 중 가장 많은 단지가 들어설 흑석2구역의 경우 분양가가 대출이 나오지 않는 10억원대 이상으로 책정됐다. 시장에선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명분과 방향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어급 단지로 꼽히는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의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 선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열린 흑석2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최한 사업 주민설명회에서 SH공사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75% 선에서 결정하고 용적률을 400%에서 600%로, 층수도 최고 35층에서 49층으로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조건인 최고 40층에 용적률 480%, 분양가 주변 시세 60~65%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이다.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선호도가 높아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는 13억원, 전용 59㎡는 10억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될 전망이다. 그런데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라 서울 등 규제 지역에선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면 공적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통상 중도금은 전체 분양가의 60%를 차지한다. 즉, 흑석2구역에서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계약금(10%)과 중도금(60%)을 합해 9억원가량을 대출 없이 마련해야 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 정부가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분양가 산정 기준을 완만하게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흑석2구역이 선례가 돼 다른 사업지에서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선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황 능력이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중도금 대출을 일부 풀어줘 서울 내 신축 아파트 분양 기회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대체적으로 공공재개발 사업의 빠른 진행에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대형마트나 교육시설 등 생활인프라 조성, 가구당 주차공간 등에 대한 세부계획이 하나도 없다는 불만이 적잖다.

 

흑석2구역은 올해 초 공공재개발 발표 이후 정부와 지역주민간 의견차로 사업 철회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주민 의견을 받아들이고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이 순항하려면 대상지 주민들이 믿고 참여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이에 정부가 선례를 빨리 마련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대폭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흑석2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내달 주민총회를 개최해 주민대표회의를 설립하고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토지 소유주 50%의 동의를 얻으면 사업에 들어가게 된다.

 

SH공사는 시간 단축을 위해 다음달 촉진계획 변경 용역을 선발주하고, 오는 6월 주민대표회의와 협약을 체결한 뒤 연내 촉진계획 변경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이후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조합원분양신청, 관리처분인가까지 1년 안에 끝낸다는 목표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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