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출 호황과 리스크 요인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우리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2, 3차 대유행으로 경기 회복세 둔화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세가 더욱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기저효과 외에도 경제지표 전반이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최근 빠른 경기 회복을 이끄는 가장 주요한 동력은 바로 수출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4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1.4%를 기록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1~4월간 수출액도 1977억 달러로 역대 같은 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수출 경기는 회복 국면을 넘어 확장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황의 기저에는 전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개선세가 견조해지면서 수출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까지만 해도 일본,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었으나 2019년에는 이들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경쟁력이 높아졌다. 특히 반도체 등 ICT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것이 전체 제조업 수출 경쟁력 상승을 견인했는데, 최근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ICT 산업의 수요 확대가 국내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2021년 국내 수출은 글로벌 경제 반등에 따른 수요 확대 등으로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출 경기 호황을 위협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유럽, 일본 등 일부 선진국과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에서 확진자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백신 보급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코로나19 재유행 및 변이 발생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다시 발생할 우려가 남아있다.

 

둘째는 세계 경제 회복의 양극화와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다. 최근 세계 경제 회복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인도,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여전히 방역 상황이 취약해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경기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글로벌 자금시장의 과잉유동성이 신흥국으로 많이 유입된 상황에, 미국의 빠른 경기 회복으로 미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연준이 국채매입 규모 축소 또는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할 경우 신흥국의 자본 유출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경제 내에 존재하는 불안 요인이 대두되고 있다. 불안 요인은 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문제 등이다. 최근까지는 중국경제가 고성장으로 복귀하는 등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기술분쟁으로 지속되고 중국의 산업 및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이런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수출 호조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또 필자가 언급한 리스크 요인들은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리스크 요인이 부각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ICT 산업에 편중된 구조, 높은 중국 의존도 등 국내 수출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다시한번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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