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상위 2%’… 논란 들끓는 세법

발표 전까지 납부 대상 '깜깜'… 현 세법체계에 부적합
집값 안정 효과는 의문… 매물 감소로 집값 상승 우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지난 달 한강 이북 서울 14개구 강북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권 아파트. 2021.06.08. chocrystal@newsis.com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로 확정한 것을 두고 벌써부터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추후 집값이 떨어져도 상위 2% 안에만 들어가면 무조건 종부세를 내야하므로 조세저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 상승과 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새 종부세 부과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확정한 당론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기준은 상위 2%로 바뀌고,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 확보를 위해 세제 인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공시가 기준 상위 2%는 개인별로 합산한 전국 주택 공시가격의 합계액으로 0~100%까지 순서를 매긴 후 상위 2%에서 기준선을 끊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2% 기준선이 그어지는 지점은 11억원 남짓이다. 공동주택뿐 아니라 단독주택까지 합쳐 산출되는 기준인데, 시가로 보면 16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부과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전국 52만6000가구 규모인 종부세 대상자를 상위 2%(1주택 기준)만 부과하게 되면 대상 가구가 28만 가구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종부세 부과 기준을 두고 현행 세법체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금액이 아닌 비율로 납부 대상을 정하면 매년 정부가 공제 기준금액을 발표하기 전까진 종부세 대상을 명확히 알 수 없어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금은 소득, 자산, 가격 등 화폐로 측정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해 법률로 세율을 정해야 한다”며 “이것이 헌법이 정한 조세법률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후 주택의 가격이 떨어져도 상위 2% 안에만 들어간다면 종부세를 계속 내야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동안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감 해소와 집값 안정을 공언해왔던 여당이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줄이는 부자 감세로 정책 방향을 틀면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적잖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집값이 오르면 세금 깎아준다, 버티면 이긴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다시 한 번 강한 확신을 심어줬다”며 “부동산 부자감세 당론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부동산 역주행을 멈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시장에선 집값 안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종부세 완화안이 1주택자에게만 해당돼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부세 부담을 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팔려고 내놓지 않고, 이로 인해 시장에 풀리는 매물이 줄어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상승 추세인 만큼 종부세 2%안이 당장의 영향을 어떻게 끼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종부세가 적용되는 시장과 그렇지 않는 시장으로 양분될 경우 후자는 시장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전세시장도 같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돼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pjh1218@segye.com

 

서울 아파트 전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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