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꼴 날라… 건설사 안전대책 봇물

건설업계 "사망사고 지속시 중대재해법 반대 명분 약해져"
현대건설 ‘안전관리비 50% 선지급’… 삼성물산 '작업중지권'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노사 협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건설업계가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직격탄을 맞았다.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선 건설사들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앞다퉈 현장 안전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붕괴사고가 발생한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고조사 및 특별감독 결과 49건의 관련 법·규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철거 업체는 건축물 500여개를 철거하면서 대부분의 건축물에 대해 사전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지난 21일 철거 공정과 연관된 HDC현산·한솔기업 현장소장, 백솔건설 대표(굴삭기 기사) 등 3명과 각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노동청은 원청인 HDC현산에 대해 도급인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건물 철거 작업 시 관계 수급인의 산업 재해 예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이번 사고가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업계는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철회를 줄곧 요구해왔는데, 이런 사망사고가 반복되면 법안을 반대할 명분이 약해진다”며 “건설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전방위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부랴부랴 현장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초기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안전관리비 50% 선지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하도급 계약상 안전관리비의 50%를 먼저 지급함으로써 공사 초기 협력사의 자체자금 집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또 법정안전관리비 이외의 별도 안전지원비 예산을 추가 편성해 협력사가 안전비용을 적극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건설은 건설현장의 안전벨트 체결 오류나 실수를 차단해 추락 사고를 예방하는 스마트 안전벨트를 개발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추락사고는 중대재해의 50%가 넘어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작업자들이 안전벨트를 실수나 불편함을 이유로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발생 빈도가 줄지 않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개발한 스마트 안전벨트는 생명줄이나 구조물에 정확히 체결됐는지를 판단하고 아예 체결하지 않거나 엉뚱한 곳에 체결했을 경우 안전벨트 착용자와 안전관리자에게 즉시 통보된다.

 

안전관리자가 중앙관리 컴퓨터나 모바일로 현장근로자의 안전벨트 미체결 또는 체결오류를 확인하면 즉시 무전 또는 현장을 방문해 안전벨트 정상체결을 지시한다. 포스코건설은 비계·동바리 설치, 교량 건설,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 등 10개 현장 내 추락 위험이 높은 작업에 스마트 안전벨트를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3월부터 건설현장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근로자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나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또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되는 내화뿜칠(건물이 높은 열에 견딜 수 있도록 철골기둥과 보에 내화재를 덧칠하는 공정)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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