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아이폰’ 판매에 이통유통점 ‘뿔났다’…“상생협약 위배”

LG베스트샵, 8월부터 ‘아이폰’ 등 애플 제품 판매 계획
이통유통협회 “중소유통망 타격”…상생협약 준수 촉구

LG베스트샵 대치본점 전경. 사진=LG전자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LG전자가 오는 하반기부터 자체 가전 유통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의 아이폰 판매를 추진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영세 대리점들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이동통신 유통점들이 집단 반발에 나선 가운데, 국내 스마트폰 업계 점유율도 변동이 생길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유통점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21일 동반성장위원회와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에 동반성장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앞서 LG전자는 애플과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모바일 기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가 다음 달 말로 예정됐기 때문에, 이후 유통 매장의 공간과 인력을 활용해 애플 제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협회는 이번 협약준수 촉구 서한에서 LG전자가 전국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한다면 지난 2018년 5월 체결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협회와 동반성장위원회, 삼성전자, LG전자가 공동 서명한 상생협약서에는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특히 대리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자체 매장을 활용해 타사 제품을 판매할 경우 영세 대리점들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협회 관계자는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취급하면 고객 유출이 불가피하고 중소 유통망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LG전자에는 상생협약을 지켜달라는 취지로 서한을 보냈고, 동반위에는 LG전자가 상생협약을 준수할 수 있게 관리해달라는 취지로 서한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8월 1일부터 애플로부터 판매 권한을 넘겨받아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를 판매할 계획이다. 사후서비스(AS)는 제공하지 않으며, 맥북·아이맥·맥프로 등 애플의 데스크톱 컴퓨터는 LG전자 노트북과 판매 품목이 겹치므로 판매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LG전자와 애플의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기존의 모바일 판매 인력을 애플 제품 판매로 전환시킬 수 있고, 애플은 한 번에 전국 400여개에 달하는 LG베스트샵을 판매 거점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LG베스트샵은 애플 제품 판매로 젊은 고객층의 추가 유입이 기대되기 때문에 매출 확대에도 유리한 면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비상이 걸렸다. 가전·무선사업부와 한국총괄도 이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은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LG전자 스마트폰 고객 유입을 위해 경쟁해왔다.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은 물론 15만원 추가 보상 등 파격적인 내용이 잇달아 발표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5%, 애플이 20%, LG전자 13% 순이다. 당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양사 스마트폰은 모두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교체 시 적응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LG전자와 애플의 협력으로 아이폰 판매 매장이 400개 이상 늘어나게 된다면 삼성전자 역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현재 아이폰 판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 협회 서안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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