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기자의 유통잡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맥도날드

 맥도날드가 또 맥도날드 했다.

 

 최근 서울의 한 맥도날드 직영매장이 자체 설정한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에 날짜 스티커를 덧붙여 사용한 것이 공익제보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는 이 문제에 대해 ‘유감’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며 아르바이트 직원인 크루의 개인적 판단에 의한 일로 결론을 내고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러한 맥도날드의 1차 대응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알바노조가 들고 일어났고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졌다. 맥도날드는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2차 공식입장을 내놨다. 전국 400여 개 매장에 대한 식품 안전 기준 준수 여부 재점검, 종합적인 식품 안전 강화 방안 마련, 전 직원 대상 교육 강화, 직원 의견 제안 핫라인 강화, 외부기관 재조사 실시 등 추가 조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다 소용이 없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위기관리의 키를 잡고 있는듯하다. 맥도날드가 올린 공식입장을 다시 읽어보면 사과가 아닌 변명으로만 보인다. 마치 법무법인에서 보내온 해명자료 같은 무미건조한 느낌이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사태가 해결된다. 이것은 법무가 아닌 PR의 영역인데, 한국맥도날드에 이 방면으로는 전문가가 없는듯하다. 

 본사 고위직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는 사과문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유감’이라는 뜨뜻미지근한 단어는 일본 정부가 우리에게 항상 사용하던 말로 대국민정서를 건드리는 표현이다. 

 

 사과하려면 격식을 갖춰 제대로 해야 한다. 재벌 총수, 장관, 대통령이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에 익숙한 것이 우리나라 정서다. 언론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던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 맥도날드 사장은 왜 전면에 나서지 않는가?

 결정적으로 비정규 임시직인 알바생 3개월 정직이라는 해괴한 인사 조처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 번 더 생각을 해봤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다. 햄버거병 이슈를 겪으며 배운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사장 교체 이후 이뤄진 품질개선과 BTS의 명성에 기대 쌓아 올린 이미지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국맥도날드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왜 화가 났는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계속 커질 뿐이다.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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