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동킥보드 수용하는 유연한 도시변화: 프랑스 파리의 경우

전동킥보드와 공유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은 최근 수년간 우리 도로 위의 모습을 빠른 속도로 바꿔가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 트렌드가 되어버린 이 동력장치들은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대체하여 목적지까지 더 빠르게 이동시켜줄 뿐만 아니라, 친환경 이동수단이 되어 도심 내 차량의 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검증되고 있다. 

 

물론 개인형 이동수단들로 인해 분명하게 발생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적지는 않다. 자전거 친화도시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도 한 때 현재 한국이 맞닥뜨린 시행착오를 똑같이 겪은 바 있다. 개인형 이동수단이 증가하며 생긴 이슈들에 파리시는 다음과 같이 대처했다.  

첫 번째는 무분별한 확산의 문제다. 개인형 이동수단, 특히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보다 작은 부피에 주차가 편하고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이동수단이다. 전 세계의 메가시티들에서 전동킥보드 수가 늘어나는 것은 시민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만을 좇는 무분별한 확산은 부작용을 낳는다. 파리시에서도 2019년 5월까지 12개 업체가 총 2만5천대 넘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운영했다. 과도한 킥보드 난립을 비판하는 언론과 여론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결국 2019년 11월 파리는 입찰경쟁을 통해 3개의 운영사가 각각 전동킥보드 5천대씩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해 안정적이고 정돈된 산업 발전을 꾀했다.  

 

두 번째는 주차 문제다. 한국의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파리에서도 주차문제는 큰 이슈거리였다. 파리에서는 전동킥보드 운영사들이 발벗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보행로나 건물 앞 같은 곳에 주차를 한 전동킥보드에 직접 팻말을 걸거나, 이용하기 전 앱을 통하여 주차가 불가한 지역을 확실히 보여주는 등 인식 개선에 나섰다. 

 

이후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지난 2019년 4월 내무부장관을 통한 발표로 주차에 관한 명확한 규칙을 발표했고, 지정된 주차공간에 주차하지 않은 전동킥보드 사용자에겐 벌금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공공시설 근처에 차량 1대 주차공간 정도 되는 크기로 전동킥보드를 주차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올바른 주차도 유도했다. 지금도 그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속도 문제다. 프랑스에서는 차량과 무동력 이동장치들 사이에 전동킥보드 같은 동력체들의 포지셔닝을 구분하고자 몇 가지 조건을 두고 있다.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저속형 이동수단은 25km/h를 넘어서는 안 되고 별다른 면허가 필요없다. 또한 넓은 광장이나 공공장소 등 파리시 내 11개 구역에서는 GPS를 통해 전동킥보드의 속도가 10km/h로 자동 감속되거나 멈춘다. 한국에서 불리는 이른바 ‘킥라니’의 출현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다. 

 

이와 함께 파리는 자전거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하여 도로 위에 플라스틱 봉으로 차선과 자전거 전용도로를 임시적으로 구분했다. 때문에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이미지를 해친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공공공간의 주인이 차량에서 보행자나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로 바뀌는 과도기를 피할 수 없는 이슈와 함께 공존되고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한다. 산업구조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심지어 개인의 이동성까지 도시의 형태를 변화시키곤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경험하는 변화의 중심에서 특히 흥미롭게 본 부분은 지자체가 안전과 정돈을 위한 규제를 엄격히 하지만, 그 규제 뒤에는 반드시 함께하는 방향으로의 도시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보통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지자체마다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내가(필자가?) 보고 들은 자료들 속에서는 아직까지 자전거나 전동킥보드와 같이 개인형이동수단이 중심이 된 계획은 없다.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기술적인 준비가 편의를 위해 많은 개체 수를 늘려 놓았지만 정작 달릴 곳도 없고 달리더라도 피해만 늘어가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개념을 보행자의 일부로 판단하여 보행로를 나눌 것이 아니라, 확실한 포지셔닝으로 자동차를 대처할 수단이니 자동차 차로를 줄여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의한 도시의 형태적 구조적 변화는 불가피하다. 집중적으로 언급한 전동킥보드에 대한 문제와 그 대비를 보며, 민관의 활발한 소통 및 예측 가능한 지속성에 대한 생각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글=한승훈 도시디자이너(파리), 정리=정희원 기자

 

◆한승훈 디자이너는… 

 

-現 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둔 도시디자이너/브랜딩디자이너 

-現 프랑스 그랑제꼴 L'Ecole de design Nantes Atlantique와 AYCH(유럽 대서양 청년창의허브)의 엠버서더 활동 중 

-前 소르본대 산하연구소 Chaire-ETI에서 도시디자이너로 근무  

-前 도시경관연구소 율, 경관공학연구소, 이아이환경디자인에서 경관디자이너로 실무활동 

-前 Haans 2 Do 브랜딩디자인연구소 사업체운영 

- 파리 "15분도시(Ville du quart d'heure)" 프로젝트 개발초기 디자이너로 참여 

- OECD 스마트시티와 포용성장 원탁회의(The 1st Roundtable on Smart Cities & Inclusive Growth) 참석 

- L'Ecole de design Nantes Atlantique에서 도시디자인 석사 취득 (시민참여형 도시재생 주제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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