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밤낮 가리지 않는다… 이 순간에도 사이렌 켜고 환자 이송중”

◆김동준 보람EMS 대표
‘생명지킴이’ 응급구조사로 10년 근무
구급차 부족 등 현실 문제 바라보다
5년 전부터 응급환자이송업체 운영
수술…치료 위한 상급병원 이송 도맡아
환자·보호자 감사함 전할 때 보람 느껴

[동두천=정희원 기자] “도움이 간절한 상황은 낮밤을 가리지 않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뛰어가는 거에요.”

 

김동준 EMS보람 대표(38)는 10여년간 응급구조사로 일하며 생사의 갈림길을 수도 없이 함께했다. 5년 전부터 직접 응급환자이송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EMS보람은 사설 구급차 업체로 보건복지부 허가 아래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의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속 응급구조는 더욱 고되다. 방역 문제 등으로 환자가 적절한 처치를 받기 어렵거나, 방역복을 입고 작업하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소모가 크다.

김동준 대표(왼쪽)가 EMS보람 김동준 부대표.

그럼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김 대표는 밤낮없이 현장으로 뛰어나간다. 대학병원 간호사·보건교사 출신의 아내 홍보람 씨(33)가 민간구급차 구급대원 출동간호사로 함께하기도 한다. 홍 씨는 부부의 출동 기록을 담은 책 ‘구급차 속 세상’을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응급구조사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환자 상담, 구조, 이송업무를 수행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1·2급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보건복지부장관 고시기준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21일 김동준 대표를 만나 죽음과 삶이 엇갈리는 치열한 응급구조 현장에 대해 들었다.

-응급구조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때 CPR(심폐소생술)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당시 유일하게 두 손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릴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응급구조사의 진로를 선택하게 됐다.”

 

김동준 대표가 CPR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응급구조사의 대략적인 일과를 알려달라.

 

“보통 출근 후 차량내 물품등을 확인하고 의료소모품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 등이 제대로 있는지, 산소탱크 잔량 여부 등도 꼼꼼히 체크한다. 방역 관리도 기본이다.

 

출동의 경우 예약된 건과 긴급 요청 건 등으로 나뉜다. 이렇다보니 언제 어느 순간에 일이 발생될지 예측이 어렵다. 아무래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하는 게 아니고, 24시간 언제 발생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보니 항상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식사하다가 출동하거나, 야간에 잠을 자다 출동하는 것은 다반사다. 장거리 환자 이동 역시 긴장을 요한다.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룻밤에만 11번 출동한 적도 있다.”

-직접 민간 응급환자이송업체를 설립했다. 계기가 있나.

 

“10여년 넘게 병원에서 응급구조사로 근무해왔다. 이후 경기도 한 병원의 응급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사회에 정말 필수적이지만, 부족한 구급차의 현실과 응급구조사가 없는 구급차 운영 등의 현실을 보면서 결심하게 됐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위해 직접 응급환자이송업체를 운영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근무하던 의정부·동두천 등 경기 북부 지역에 구급차는 너무 부족했다. 자연히 제때 처치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험지로 달려 EMS보람을 설립하게 된 이유다. 아내가 큰 힘이 되어 줬다.”

김동준 대표가 수중과학수사대를 대상으로 CPR 교육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 응급구조사가 부족한 것인지.

 

“응급구조사가 부족하다기보다, 응급구조사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매우 적은 게 올바른 표현일 것 같다. 사실 한국은 응급의료에 관해 비용지출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발생 여부가 불투명한 응급상황에 예산·비용 지출을 꺼리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일을 해왔다. 가장 보람될 때는.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환자의 안위를 도모하고 병원까지 안전한 이송을 마쳤을 때가 아닌가 싶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줄 때도 무척 힘이 된다.”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인계절차를 밟고 있다.

-응급이송 시 신경쓰이는 요소는.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응급구조사를 부를 정도의 상황이라면, 촌각을 다투는 위험한 경우가 많다. 환자나 보호자 모두 놀란 마음이 크다. 응급환자는 아무래도 갑자기 찾아온, 예상 밖의 상황에서 놀라기 마련이다. 보호자들도 흥분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만성 환자의 경우 힘든 시간을 오래 겪다보니 예민한 경우가 많다. 말 한마디부터 행동 하나까지 조심스럽게 신경쓰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이송 일화가 있다면.

 

“한 병원 응급실에서 다급한 전화를 한통 받았다. 복부에 칼이 찔린 환자가 복강출혈이 심하다고 해 바로 출동에 나섰다. 순간 머릿속에는 영화에서 나오는 난투극이 떠올랐다. 하지만 병원 도착 시 정작 눈에 들어온 환자는 40kg정도나 나갈 듯한 17세 여학생이었다.

 

인계를 들으려 하는데, 의료진이 ‘잠깐 스테이션쪽으로 가자’고 했다. 알고 보니 여학생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충격에 스스로 자신의 배를 칼로 찔렀던 것이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사는데,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했다.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는데, 할머니는 옆에서 계속 숨죽여 울고 계셨다. 내막을 모르니 어쩌다 그랬냐고 계속 물었지만, 아이는 말을 아꼈다. 이송 중 할머니께서 신은 짝이 맞지 않는 신발이 보여 더 마음이 아팠다. 일을 하며 가장 안타까운 이송건이었다.”

EMS보람의 특수 구급차

-민간 응급구조업체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소방 당국이 관리하는 119나 민간이송업체나 생명을 위해 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119구급차가 환자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긴급하게 이송한다면, 민간구급차는 대체로 수술·치료를 위해 하급 병원에서 상급 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맡는다. 이밖에 교통사고, 심장마비, 약물중독 등 다양한 환자를 만나게 된다.

 

119 구급대원에 대한 국민 보편적 인식이나 신뢰도, 만족도는 모두 우수하다. 하지만 민간 응급환자 이송업체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다. 환자를 이송한 뒤 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로도 차가운 눈초리를 받는다.

 

이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법적 기준을 미달하는 차량도 있고, 응급구조사를 태우지 않고 환자를 이송하는 업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연예인을 태우거나 사적으로 유용된 사례 등 나쁜 사례만 미디어에 노출되다보니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간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사이렌을 켜고 ‘내 가족을 모시러, 내 가족을 모시고 이송 중’이라 생각하고 환자를 대한다. 도로에서 만난 운전자분들도 ‘내 가족이 탄 구급차다’ 생각해주면 좋겠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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