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꼴 날라"… 잇단 악재에 건설사 초긴장

DL이앤씨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진동 신고… 주가 급락
현대건설 현장 크레인 추락… 중흥건설 거푸집 쓰러져

DL이앤씨가 시공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네이버 로드뷰 캡처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오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앞둔 건설사들이 잇단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부실시공 정황이 포착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타 건설사 현장에서도 시설·장비가 무너지거나, 시공한 건물에서 원인 모를 진동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 건설 현장에서 ‘안전’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제2의 HDC현산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성동소방서에 초고층 주상복합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업무동에서 진동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주상복합에는 SM엔터테인먼트, 현대글로비스, 쏘카 등이 입주해 있다. 이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창문에 금이 갔다’, ‘화장실 누수로 공사했다’, ‘모니터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소방당국과 시공사인 DL이앤씨는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안전진단엔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대한콘크리트학회 회장)와 문대호 단국대학교 연구교수를 포함해 박사급 진동전문가와 구조기술사 등 10여명이 참여했다.

 

박홍근 교수는 점검 결과에 대해 “이번에 발생한 진동과 건물의 구조적인 안정성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건물 내부의 특정 활동에 의해 발생한 진동으로 추정되며, 진동의 수준은 건물의 안전에는 영향이 없는 미세진동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 측은 “누수나 유리창 깨짐 등은 이번 진동과는 관계없이 입주 초기에 발생한 단순 파손으로 현재 보수가 진행 중”이라며 “진동발생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주요 층별로 계측기를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장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역 ‘랜드마크’ 격인 초고층 빌딩에서 일어난 일인 데다, 광주 붕괴사고 발생 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충격이 상당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흔들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DL이앤씨 주가는 21일 기준 전날보다 7.69% 급락한 11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현대건설의 현장에선 타워크레인 구조물이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계수범박 재개발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 28층 높이로 설치돼 있던 타워크레인 꼭대기 구조물 일부가 1층으로 추락해 근로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추락 지점에 근로자들이 있었다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다. 부천시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두 대가 서로 엉켜 이를 빼려는 과정에서 크레인 꼭대기 지점 구조물을 연결하는 와이어 일부가 끊어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중흥건설이 시공 중인 경북 구미 ‘중흥S-클래스 에듀포레’ 공사 현장에선 강풍으로 인해 거푸집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풍 탓에 오전부터 공사를 중지한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 현장 내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사회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건설현장 내 산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건설사들의 자정 노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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