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균형발전이냐, 표심 확보용이냐

李·尹, 주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언급
지역 균형발전 추진 목적…시너지 악화 우려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주요 선거 때마다 나왔던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공약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또 다시 언급돼 금융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국책은행 본점을 지역으로 내려보내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인데, 단지 지역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2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 유세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수도권 공공기관 200여곳을 전부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난 2004년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의 제12조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단계적으로 지방(비수도권)으로 이전하기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제4조는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5년을 단위로 하는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법의 시행령 16조2는 ‘기관의 성격 및 업무 등을 고려해 수도권에 두는 게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기관으로서 국토교통부장관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하는 기관의 경우 지방 이전의 예외로 한다’고 규정한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선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산은 등이 이러한 경우다. 일찌감치 지난 2002년 산은, 수은 및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동북아 경제중심’ 조성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잔류가 결정된 바 있다. 게다가 산은법, 수은법, 기은법 등 주요 국책은행법 관련 법에서도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공약했더라도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관련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선거 시즌마다 제기돼 온 이슈다. 주로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이를 주도해왔다. 일례로 지난 2019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해영 의원은 산은과 수은의 부산 이전을 위한 관련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들 법안은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완성하고 국가균형 발전을 이뤄내려면 산은과 수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은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한 상태다. 같은해 2월 김광수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은 산은과 수은의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자는 내용을 담은 ‘산은법·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주에 소재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책금융의 특수성과 금융경쟁력 강화 측면에 보다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은, 수은 등이 정책금융을 수행하고 있다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본점을 서울에 두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면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시 주요 국책은행과 금융당국, 세무사, 변호사, 회계사, 중소기업 등 주요 역할을 하는 주체들과의 집적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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