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사전청약 흥행… 전세난 괜찮을까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미리 분양 물량을 배정하는 사전청약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청약 대기 수요 증가로 전세난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경기 남양주왕숙, 고양창릉 등 수도권 4차 사전청약 공급지구에 대한 공공분양 접수 결과 총 1만3552가구 모집에 13만5907명이 신청해 1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고 24일 밝혔다.

 

공공분양은 6400가구 모집에 11만707명이 몰려 17.3대 1, 신혼희망타운은 7152가구 모집에 2만5200명이 신청해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역별 경쟁률은 3기 신도시인 고양창릉이 36.6대 1, 남양주왕숙이 19.7대 1, 고양장항은 17.4대 1, 부천대장은 16.5대 1 순이었다.

 

고양창릉 전용면적 84㎡은 78가구 모집에 1만2921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인 67.6대 1을 기록했고, 고양창릉 74㎡도 6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신혼희망타운은 평균 3.5대1을 기록했지만 11개 지구 중 4개 지구에서 미달이 나왔다. 구리갈매 1의 전용 46㎡의 경쟁률은 0.8대1, 부천대장 A5블록과 A6블록 전용 46㎡는 각각 0.3대1, 0.41대을 기록했다. 시흥거모 A5블록의 전용 55㎡는 294가구 공급에 35명만이 신청해 0.1대1에 그쳤다. 미달로 남은 물량은 본 청약 때 공급된다. 반면 신혼희망타운 중 유일한 서울 지역인 대방지구가 66.9대 1로, 역대 신혼희망타운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령별로 보면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30대가 42.2%로 가장 많았고 40대(27.7%)가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5.5%, 경기·인천이 64.4%였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공공분양 3만2,000가구, 민간분양 3만8,000가구 등 사전청약 물량을 7만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물량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감을 해소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사전청약이 전세난이라는 또다른 풍선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사전청약은 공공택지 등에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 시기를 1~2년가량 앞당기는 제도다.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돼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이사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실제 입주까지 적잖은 시간차가 발생하는 것도 불안 요소다. 사전청약의 경우 본청약, 입주까지 5년 가까이 소요되므로, 당첨자들은 그 전까지 해당 지역의 전·월세에 거주해야 한다.

 

결국 사전청약을 위한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최근의 매물 부족 현상과 맞물리면 전셋값이 다시 상승해 전세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하남 교산 등 선호도가 높은 3기 신도시 지역은 정부가 사전청약 제도를 발표한 이후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가격이 급증했다.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전세시장의 새로운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수도권 전세시장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여파로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관망세를 기록 중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1월 셋째 주 기준 보합 전환됐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을 멈춘 것은 2019년 8월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은 매매시장 수요를 흡수하는 데에는 일부 효과가 있겠지만 청약당첨자들이 입주 때까지 무주택자격을 유지해야 하므로 임대시장의 부하를 경감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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