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을 분할하고 싶은가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최정욱 KB국민은행 공인회계사

 A씨가 운영하는 B법인은 식품용기 제조업과 임대업을 두 축으로 30여년 간 성장을 거듭해 왔다. A씨에게는 두 자녀가 있는데 향후 각각의 성향에 맞춰 업종을 나눠 승계를 진행하고자 한다. 지인들은 기업을 분할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하는데 A씨는 이들의 말이 사실일지 궁금해하고 있다.

 

 각종 경영상의 이유로 기업을 분할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구분되는데, 분할로 인해 신설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을 기존주주들이 소유하는 방식을 인적분할, 분할되는 법인이 소유하는 경우를 물적분할이라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사가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한 후 재상장하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소액주주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어 독자들로서도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은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닐 것이다.


 분할하면서 분할신설법인이 발행해 분할법인에 지급하는 주식과 금전 또는 현물을 통상 분할 대가라 한다. 분할되는 법인은 대가를 받고 그 반대 급부로 분할신설법인에 자산과 부채를 넘기는 모양새이므로 세법에서는 이를 양도로 보는데, 양도의 주체는 분할되는 법인이다.

 

 자산, 부채의 양도를 통해 차익이 발생하면, 분할되는 법인에게 당연히 법인세가 과세되므로 분할시 기본적으로 분할법인의 양도차익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과 임대업을 같이 영위하는 법인이 임대업을 분할하고자 장부가액 50억원의 부동산을 분할신설법인에게 양도하고 그 대가로 분할신설법인으로 분할대가를 받은 경우에는 분할대가와 부동산 장부가액의 차액에 대해 법인세가 과세된다. 이해의 편의상 이때 분할대가는 부동산의 시세대로 평가된다고 보는 게 좋다.

 

 인적분할의 경우 분할대가를 기존주주가 가져갔는데, 분할법인에 법인세가 과세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럴 때 세법은 분할되는 법인이 먼저 분할대가를 수령하고 해당 분할대가를 주주에게 나눠준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인적분할되는 법인도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인적 분할대가를 주주에게 나눠줄 때 분할되는 법인은 기존 주식을 반환받는데, 주주의 입장에서는 헌 주식을 주고, 새로운 주식을 받는 것이므로 그 차액 만큼에 대해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

 

 결국 세법은 분할을 분할되는 법인이 가지고 있던 자산의 가치 상승분이 실현되는 사건으로 이해하며, 주주에 대해서도 기존의 보유하던 주식의 가치 상승분이 분할로 인해 실현된 것으로 보고 과세체계를 만들어 뒀다. 여기에 더해 세법은 분할신설법인에게 요구되는 세무처리도 있는 다소 복잡한 이야기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분할의 성격이 특정 회사가 영위하던 여러 사업을 단지 여러 회사로 나누는 형식 변경에 불과한 경우, 세법에서는 법인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고자 각 과세주체별로 과세특례를 마련하여 분할시점에 과세하지 않는다. 독립해 사업이 가능한 부문을 분할하고, 그 사업부문의 자산,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며, 해당 사업부문의 근로자를 일정비율로 승계해야 하는 등의 세법상 요건이 그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분할시점에 과세하지 않은 주체들에 대해선 사후관리규정을 두어 분할이 형식의 변경에 불과한 것인지를 세법에서는 일정기간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세법상 요건들은 각 과세주체별로 분할의 종류별로 분할법인의 존속여부에 따라 각기 조문을 달리해 규정하고 있어 분할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세무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다만 사업주가 보기에 계획 중인 분할이 형식적인 변경에 불과한 것이라면, 세무상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고 이해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물론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최정욱 KB국민은행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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