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농장’ 품은 이케아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

◆옥종욱 이케아 광명점 푸드 매니저
“이케아 최초 도심형 농장 ‘파르마레’
무농약·탄소배출 감소에 본사 ‘호평’
안전한 환경서 고품질 작물 생산 가능
재배작물 샐러드 등 메뉴에 바로 투입
보여주기식 아닌 10~20년 이어갈 것”

[정희원 기자] 이케아 광명점 레스토랑에는 푸릇푸릇한 채소들이 진열된 공간이 있다. 마치 슈퍼마켓의 샐러드·채소코너 같지만, 엄연한 ‘농장’이다.

 

이케아 광명점의 도심형 농장 ‘파르마레(FARMARE)’는  2020년 전 세계 이케아 최초로 선보인 공간이다. 매장에 농장을 집어넣는 ‘신박한’ 아이디어는 옥종욱 이케아 광명점 푸드 매니저의 머리에서 나왔다. 

 

파르마레는 스웨덴어로 ‘농부’를 뜻한다. 여느 농장과 마찬가지로 365일 작물을 경작하고 수확할 수 있다. 대략 42㎡(13.4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무려 2016개의 작물을 심을 수 있다. 농장에서는 카이피라·프릴아이스 두가지 품종을 키우며 생산량은 지난해에만 2.1t에 달한다.

 

파르마레는 이케아 본사에서도 호평받으며 브랜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시그니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7일 옥종욱 매니저를 만나 파르마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옥종욱 이케아 광명점 푸드 매니저

-파르마레를 구상한 계기가 있다면.

 

“처음에는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마침 스웨덴으로 출장을 다녀온 동료가 보여준 수경재배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MBA에서도 도시농업을 다루고 있어 보다 면밀한 조사가 가능했다.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에 파르마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아이디어 수립, 조사, 실현까지 10개월 정도 걸렸다. 단순히 재배를 위한 공간이거나, 보여주기식 장치가 아닌 10년, 20년 이어가는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구상했다.”

 

-본사 반응은 어땠나.

 

“긍정적이었다. 파르마레가 이케아가 실천하려는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전략’과 결이 같다고 여긴 것 같다. 무농약 재배방식, 수경재배를 통한 수자원 절약, 재배된 채소를 이케아 푸드 매장으로 바로 사용함으로써 재료 운반·보관에 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점 등이 긍정적인 요소였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여러 회사를 경험해봤지만, 회사의 비전을 비즈니스에 실질적으로 접목해서 연결하는 기업은 이케아가 처음이다.”

이케아 광명점 파르마레 내부

-도심형 농장 구축에 어려움은 없었나.

 

“쉽지만은 않았다. 직접 부딪치며 경험해보니 ▲공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 ▲경영진의 의지 등 3가지 전제조건이 필수다. 운이 좋아 3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 ‘컨테이너 재배방식’을 고려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컨테이너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테스트가 이뤄진 바 있었다. 다만, 단순히 컨테이너에 ‘야채 그림’만 그려놓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외부에서는 컨테이너에서 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지 않나. 결국 유리로 공간을 분리해 고객이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오픈 키친 느낌의 ‘오픈 농장’을 구축한 셈이다.”

파르마네에서 작물을 돌보는 모습

-흔히 도시에서의 작물재배에는 한계가 있다고들 한다. 식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키워지고 관리되는지 궁금하다.

 

“공간 자체가 외부와 분리돼 있어 미세먼지·산성비 등 공기 중 오염물질과 병충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기까지 첨단 위생시스템을 적용했다.

 

내부에서 일을 하려면 에어샤워 커튼으로 먼지를 털고, 위생모·위생가운·전용 장화·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1년여 지난 현재도 계절에 따른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오염물질 등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돼 보다 높은 품질의 작물을 생산 중이다.

 

식물이 자라려면 햇빛, 이산화탄소, 물이 필요하다. LED전등이 햇빛 역할을 하고, 이산화탄소가 부족할 경우 외부에서 내부로 끌어오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이때 들여오는 이산화탄소는 에어필터로 정화된 공기를 쓴다. 농약도 사용하지 않는다. 

 

‘씻지 않고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지향하지만, 높은 이케아 식품 안전 규정 기준에 따라 한번 세척해 고객에게 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적어도 20년 이상 농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기존 재배 방식에 비해 물을 90% 절약할 수 있는 비결은.

 

“수경재배 방식 덕분이다. 통계적으로 일반 노지에서 자라는 작물에 물을 주면 식물이 물을 흡수하는 비율은 10%에 그친다. 나머지는 땅이 흡수한다.

 

파르마레는 1~4층까지 층층마다 노판에 작물이 자라는 수직농장 구조를 갖췄다. 물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형태에 이를 다시 재활용해서 쓰는 만큼 절약이 가능하다.”

파르마네에서 재배한 채소로 만든 연어 크로와상 샌드위치

-파르마레에서 재배되는 채소는.

 

“엽채류인 카이피라·프릴아이스 두 종류다. 카이피라가 전체 재배량의 80%를 차지한다. 다른 글로벌 프로젝트 팀에서는 고객의 눈앞에서 재배된 작물이 바로 메뉴에 투입되는 점을 부러워한다.

 

이들 채소는 현재 연어 크로와상 샌드위치, 가든 샐러드·연어 샐러드·닭가슴살 샐러드 총 4개 메뉴에 쓰인다.”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호의적이다. 사진을 찍거나, 직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건네기도 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여기서 재배된 걸 매장에서 파나요?’다. ‘그렇다’는 답에 이를 활용한 제품을 고르는 고객도 많다.”

 

-일반인도 견학할 수 있나.

 

“농장 외부는 이케아 광명점을 찾으면 언제든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된다. 하지만 내부 견학은 어렵다.

 

초기에는 광명시와 연계해 파르마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지역내 유치원·어린이집을 통해 식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경험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보류하고 있다.”

 

-파르마레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먹거리가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며, 이케아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옥종욱 매니저는…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요리를 공부한 뒤, 뉴욕 맨해튼 리츠칼튼 호텔에서 요리사로 근무했다. 이후 귀국해 F&B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4년 이케아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키친 프로덕션 매니저로 입사해 첫번째 이케아 레스토랑 오픈에 기여했다. 현재 이케아 광명점 푸드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 푸드 매장은 전 세계 이케아 푸드 매장 가운데 매출 규모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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