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파트 청약시장 양극화에 대비하라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직방이 조사한 연내 아파트 분양예정 사업지의 공급 추정량은 453개 단지, 37만6773가구다. 계획이 실현된다면 지난해 457개 단지, 28만7825가구보다 약 31% 더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달 16일 기준 37만6773가구 중 분양을 마친 사업장은 69개 단지, 4만1424가구에 그치고 있다.

 

봄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본격적인 청약물량이 좀 더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연내 남은 일정상 매월 3~4만호 이상 공급해야 달성될 목표치라는 점에서 37만호의 공급현실화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듯싶다.

 

특히 분양시장의 각종 지표가 예전만 못한 것은 공급시장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흥행 열기를 대변하는 청약 1순위 평균경쟁률이 예년만 못하다. 지난해 163.8대 1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청약 1순위 경쟁률은 16일 기준 42.6대 1을 나타내며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시기 경기도(25.4대 1 → 10.1대 1)와 인천(21.1대 1 → 5.5대 1)도 경쟁률이 둔화됐고, 전국(19.1대 1 → 10대 1)과 지방(14.4 : 1 → 9.3대 1)도 일제히 관련 수치가 낮아졌다.

 

분양시장의 공급 적체 위험도를 유추할 수 있는 미분양 지표는 1월 현재 2만1727호로 지난해 1월 1만7130호보다 4597호 증가했다. 주로 지방의 미분양이 크게 순증했다. 지방의 미분양은 2만402호로 전체 미분양물량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만5269호에서 1년 사이 5133호 증가했다. 다행히 악성 물량인 준공 후 미분양이 7165호로 지난해 동기 1만988호보다 3823호 감소했다. 그러나 준공 후 미분양 7165호 중 6580호는 지방에 쏠려 지방 분양시장에 여전히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무순위 접수 물량이 과거보다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순위 접수는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 후 미분양, 미계약 등이 발생할 때 입주자를 선정하기 위한 별도의 청약접수 절차를 뜻한다. 간혹 불법전매나 공급 질서 교란자의 주택 회수 재공급 물량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미분양이나 청약 후 계약이 불발된 분양 잔여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순위 접수 물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청약 완판에 실패한 사업장이 늘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124개를 기록하며 월별 약 20여개 안팎의 무순위 접수 사업장이 발생한데 반해 올해는 이달 17일 기준 총 80여개로 매월 27개씩 무순위 접수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발생한 무순위 접수 물량은 총 2739세대로 1개 사업장에서 1백여 세대의 무순위 접수가 한꺼번에 발생한 곳만 8개나 된다.

 

한편 청약대기수요 유입과 분양시장의 가격 만족도를 판가름 해 줄 전국 아파트 분양가 수준은 16일 기준 3.3㎡당 1511만원으로 지난해 1328만원보다 가격 부담이 커졌다. 서울은 같은 시기 3046만원으로 전년 2829만원보다 분양가가 오른 상황이다. 지가 외에도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유발된 기본형 건축비의 인상이 분양가상한제의 가격 통제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

 

순위 내 마감행진을 이어가던 아파트 분양시장 청약흥행 행렬에 이상신호가 읽히고 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분양권 전매 거래량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청약 열기가 다소 식고 분양시장의 바라보는 수요자의 시각이 점차 냉정해 지고 있다.

 

청약 1순위 경쟁률 둔화, 미분양 및 무순위 접수 증가가 현실화되며 수백 대 일을 기록하던 청약경쟁률에 파열음이 발생했다. 수분양자는 분양시장이 지역별로 양극화되고 있는 만큼 입지여건과 분양가의 적정성, 지역별 호재 등을 꼼꼼히 살펴 선별 청약할 필요가 있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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