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감원장에 ‘검찰 출신’ 나올까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사의 표명 후 차기 금감원장 인선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하마평에 오르자 업계에선 금감원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와 금감원의 중립성이 저해될 거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기 금감원 수장 후보로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박은석 법무법인 린 변호사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3명 모두 금감원 직원 또는 파견검사로 금감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2008~2013년 금감원 부원장보를 역임했던 정 변호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6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변호사는 1961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전주지검, 서울고검 등을 거쳐 2001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분석실장을 맡았다. 이어 서울남부지검검찰청 부장검사를 거쳐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 금융투자업 담당 부원장보를 지냈다.

 

 1963년생인 박은석 변호사(사법고시 30회)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검사로 시작해 2014년 검찰에서 퇴직했다. 이후 2015~2018년 금감원에서 감찰실장, 자본시장조사1국장 등을 지내는 등 비교적 최근까지 금감원에 몸담았다.

 

 박순철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하던 2020년 10월 당시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리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사의를 표명하며 세간에 알려진 바 있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자에 검사 출신들이 급부상하자 업계에선 금감원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금감원의 독립성 저해, 이해충돌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 검찰과 금감원의 공조가 강화될 수 있어 힘이 실릴 수 있다”며 “반면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검찰 출신들은 최측근 금융범죄사건과도 정권과의 이해관계를 함께 하고 있어 독립성, 공정성에 있어서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나오면 임원들의 물갈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원장이 새로 부임하면 임원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관행이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지난해 8월 임기를 시작하면서 임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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