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 돈으로 환산된다…최태원 ‘DBL경영’의 의미있는 도전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2021년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화폐화 측정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

[김진희 기자]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추진 중인 SK그룹이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를 공개했다. 특히 이를 화폐로 환산하는 산식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하며 글로벌표준 선도에 나섰다.

 

 23일 SK그룹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에서 ‘2021년 SK 사회적가치 화폐화 측정 성과 발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전 관계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가치 총액과 사례, 사회적가치 측정 산식 등을 공개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지론인 ‘더블보텀라인 경영’이란 경제적가치(EV·economic value)와 사회적가치(SV·social value)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은 “재무제표나 실적 등 기업의 경제적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럿 존재하나 사회적가치 부분은 그렇지 못했다”며 “사회적 가치는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이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하는 데 기여한 가치로, SK는 이를 수치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는 그간 기업의 새로운 역할로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해 왔고, 지난 2018부터는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화해 발표해 왔다.

 

◆SK, 사회적가치 측정 산식 공개

 

 이날 SK는 그동안 내부 관리로 사용되던 사회적가치 측정 세부 산식과 관련 데이터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SK에 따르면 사회적가치는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판매·인력·비즈니스 파트너 협력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긍정 성과’(+)와 ‘부정 성과’(-)를 함께 측정한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긍정적인 측정 결과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와의 소통 과정 등에서 보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사회적가치 화폐화 값은 구체적으로 ▲베이스라인(시장평균 기준) ▲화폐화 단위기준(국제기구·정부·협회 등 발표지표 적용) ▲기여도 등 세 가지 주요 항목을 적용해 도출한다. 즉, 자사 제품·서비스가 전체 시장평균치를 초과 또는 미달하는지, 사회적가치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따져 수치화하고, 여기에 공신력있는 국제기구 등의 지표수치를 곱한 값으로 사회적가치 총액을 산정한다.

 

 예컨대 SK인천석유화학은 공장 가동 중에 발생하는 폐열을 인근 주거단지 냉·난방 에너지로 공급해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거뒀고, 이로써 지난해 28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온실가스 배출계수 및 감축비용, 공급열량 등을 대입해 산출됐다.

 

 이형희 위원장은 “사회적가치 창출 및 화폐화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동시에 사회적가치 정보를 투자와 소비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공개를 결정했다”며 “사회적가치 도출 산식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측정 시스템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는 국제 기업연합체 VBA(Value Balancing Alliance), 하버드 경영대학원(HBS),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등 다양한 국제 파트너들과 협업을 지속해 측정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사회적가치 측정값, 증가세 뚜렷”

 

 이 같은 사회적가치 도출 산식에 의해 SK가 집계한 지난해 전 관계사 사회적가치 총액은 18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7조원(+6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표 별로는 ▲경제간접 기여성과(E) 19조3443억원 ▲환경성과(E) -2조8920억원 ▲사회성과(S) 1조903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그 외 거버넌스(G) 지표는 비화폐적 목표와 성과 중심으로 산출 기준 연구 중이다.

 

 SK 측은 “사회적가치 측정 시스템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촉발하는 ‘경영 인프라’로 기능해 오고 있다”며 “그 결과 관계사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변화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SK그룹은 지난해 10월 전기차배터리와 수소 등 친환경 사업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SK㈜와 SK E&S의 수소연료전지 기업 플러그파워 공동투자(1조8000억원), SK 에코플랜트의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기업 테스 인수(1조2000억원) 등 친환경 미래사업 분야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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