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 뚫은 환율에 항공·면세 업계 비명

[정희원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서면서 항공업계와 면세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며 리오프닝을 기대했지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에 다시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역 정책 완화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약 90% 줄어든 국제선 운항 횟수가 점차 확대됐다. 하지만 겨우 되찾은 회복세에 ‘3고(高)’ 현상이 변수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르는 환율은 특히 항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 중 하나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2009년 7월 중순 이후 처음 1300원을 뚫었다. 높은 환율은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게 외화 부채상환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부담 요소’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항공권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가 세워져 있는 모습. 뉴시스 

대한항공은 순외화부채가 약 41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환율 10원 변동 시 약 4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1200원이었던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르면 장부상 4100억원의 손실이 기록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284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을 겪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달러 강세 현상이 부채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항공기 구매가 아닌 리스 계약을 체결하는 LCC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 기조를 유지하며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고금리 현상도 항공사들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평균 금리가 1% 오르면 각각 약 450억원, 약 328억원의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여파로 유가도 뛰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77.08달러로 한 달 전보다 20.8% 올랐다. 작년 동기 기준으로는 128.9% 상승, 어마무시하게 뛰었다.

 

항공사들은 저유가일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항공유 헤지’와 유가 선도계약을 통해 유가 변동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한계가 보일 것으로 토로하고 있다.

 

2년간 긴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업황 회복을 기대했던 면세업계도 3고 현상에 한숨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환율은 면세 쇼핑의 이유였던 ‘가격 메리트’를 지우는 요인으로 작용, 내수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실시간으로 환율이 가격에 반영된다. 이렇다보니 환율이 오르면서 물건값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관련 일부 제품은 백화점보다 비싸지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면세업계에 굉장한 악재”라며 “휴가철 앞두고 해외여행을 고려하는 내국인도 늘어나는 상황에 환율이 치솟아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이와 관련 면세점들은 쇼핑 기피를 막기 위한 이벤트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환율 보상 이벤트를 결정했다. 매장 기준 환율이 1250원을 넘을 경우 최대 3만5000원까지 LDF페이를 지급하고 인터넷 면세점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최대 175달러까지 제공한다.

 

신라면세점은 다음달 10일까지 구매 금액별로 S리워즈 포인트를 달러화로 지급해준다. 7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3만포인트를, 1500달러 이상은 5만 포인트를 추가로 준다. 신세계면세점은 온라인 고객에게 최대 36만5000원까지 추가 적립금을 지급하고,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최대 216만원까지 페이백 혜택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적립금과 포인트 혜택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은 고환율로 인한 면세쇼핑 기피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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