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는↓, 월세는↑”…뚜렷해지는 ‘전세의 월세화’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붙은 월세 거래 안내문. 뉴시스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전세대출 금리 인상과 함께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자 세입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국적으로 수주 이상 하락하고 있지만 일반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터무니 없이 비싸다. 그렇다고 기존처럼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자니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납부 압박이 강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부담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순수 월세와 보증금 낀 월세 계약 포함)은 총 4만225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기록한 3만4956건에서 21%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거래량이다. 

 

이처럼 전세거래보다 월세거래가 활발해진 것은 최근의 연속된 금리인상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금리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증가하고 이자 부담이 커지자 세입자들도 전세보다는 월세를 택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난 세입자들도 마찬가지”라며 “노원구만 해도 상반기 아파트 월세 거래 건수가 3000건이 넘었다. 자치구 내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보다 월세 물량을 보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월세 중위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지역 중위 월세 가격도 100만원을 웃도는 중이다. 강남구의 경우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25만9000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1년 사이에 6% 가량 뛴 가격이다. 서초구 176만원(중위 보증금 4억원), 용산구 175만원(1억원), 송파구 137만 5000원(3억원) 역시 최근 월세 가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가 월세 인상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으로 월세에 대한 수용성이 자의 반 타의 반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최근 월세 10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월세 물량이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 위원은 ”지금은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라며 “대출금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요자들은 대부분 목돈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한 대출해서 집을 살 수밖에 없는데, 향후 금리 동향에 따라 집값이 출렁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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