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확인된 역머니무브…시중자금 채권·정기예금으로

지난달 개인 채권 순매수 3조 돌파…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동월비 반토막
수시입출금예금 대신 정기예금으로…한 달 새 32조 몰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시중의 돈이 채권이나 은행 정기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경기 침체 우려 확산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이나 정기예금은 사실상 원금 손실 위험없이 연 3~4%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점으로 꼽힌다. 반면 국내 증시에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 내놓은 ‘7월 장외채권시장동향’을 보면 지난달 개인들은 채권을 3조1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전월(1조3327억원) 대비 갑절 이상 많은 규모다. 개인은 올 1월과 2월엔 각각 3283억원, 2월 4663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가 지난 4월(1조680억원)엔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다가 개인의 채권 매수세 규모는 지난달 들어선 3조원을 돌파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특징을 갖는다. 금리가 올랐을 때 저가 매수한 뒤 금리가 내리면 매도해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증시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심화 등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3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에 견줘 17.9%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7월과 견줘선 49.5%나 급감했다.

 

 은행의 정기예금은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은 전월 대비 31조7000원가량 늘었다. 지난 2002년 1월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은행 정기예금은 지난 4월 3조7526억원, 5월 19조4718억원, 6월 9조4696억원, 7월 31조6574억원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기예금 증가는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제고 등을 위한 자금유치 노력,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 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중반대까지 올라섰다.

 

 정기예금과 달리 언제든 쉽게 인출이 가능한 수시입출식예금은 한 달 새 53조3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지난 2002년 1월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저축성예금으로의 자금이동, 부가가치세 납부 등을 위한 기업자금 유출 등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지난 6월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 및 결제성 자금 확보 등을 위해 늘어났던 기업예금이 줄어든 것도 수시입출금예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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