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건강검진 시즌 도래… 아직도 시력검사만?

[정희원 기자] 연말연시 건강검진 시즌이 돌아왔다. 사실상 1년 동안 방치했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대부분 눈 건강 관리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단순히 시력이 유지되면 ‘건강한 것’으로 여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눈 건강을 잘 돌봐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40대 이상 중년층에 접어들면 그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녹내장이나 망막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높아진다. 빠르면 40대부터 노안이 시작되기도 하고 50대 이후에는 백내장의 우려도 도사리고 있다.

 

특히 주요 실명질환으로 꼽히는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은 일반인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을 때에는 이미 증상이 꽤 진행된 경우가 많다. 안과 전문의들은 이같은 실명질환을 막으려면 결국 ‘조기발견’ ‘정기검진’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건강검진 시 안저검사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된다. 안저는 시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신경부분인 망막, 망막혈관, 시신경유두 등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종욱 누네안과병원 원장은 “안저검사는 망막과 시신경 상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정밀검사”라며 “일반적으로는 40대 이상, 고도근시라면 30대부터 실명질환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사 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정상 안저(사진 왼쪽)과 습성 황반변성 안저 사진. 누네안과병원 제공

안저검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첫 번째 질환으로 ‘녹내장’을 들 수 있다. 이는 시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돼 주변 시야부터 흐려지다 차츰 중심부까지 침범하면서 실명에 이르는 안질환이다. 녹내장은 이미 진행된 후 병원을 찾으면 시력 회복이 힘들어 조기 발견이 관건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서 호발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꼼꼼히 확인하는 게 권고된다.

 

이종욱 원장에 따르면 녹내장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젊은 나이인 40세 이후를 기점으로 발병률이 높아진다. 더욱이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편이다. 최근 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다른 증상 때문에 안과를 방문했다가 질환을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전체의 74.2%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반변성은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다. 이는 시세포가 집중된 망막의 중심부위 ‘황반부’가 손상되는데, 실명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도 근시를 가진 젊은 층에서도 늘어나는 만큼 이 역시 조기 대처가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황반변성 진료 환자는 38만 1854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60대 환자의 증가율이 175%로 가장 컸지만, 40대와 50대도 각각 103%와 126%로 4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을 가진 사람은 특히 눈 건강관리에 심혈을 더 기울여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로 오랜 기간 고혈당에 노출된 망막 모세혈관이 손상되며 실명에 이를 우려를 높이는 안질환이다. 심평원 조사 결과 당뇨병 유병 기간이 15년 이상된 환자 3명 중 2명은 당뇨망막병증을 갖고 있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조절되더라도 발생할 수 있어 더 주의하고, 주기적인 안저검사를 통해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 원장은 녹내장·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은 모두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기간을 놓치면 회복이 어려우며, 예방법이 특별히 없어 정기검진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다수가 ‘내가 보는 데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굳이 눈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까’ 우려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주요 안질환들은 안과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40대 이상이라면 1년에 한번 눈 건강을 위해 눈 정밀검사를 받는 게 권고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안저검사는 1분 이내 안저 카메라로 동공을 통해 안구 내 구조물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인체에 무해한 파장의 빛으로 단시간에 촬영해 부담이 없다”며 “건강을 과신하기보다 1년에 한번 시력검사와 함께 안저검사로 만에 하나 모를 질환을 예방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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