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시대, 스타트업 생존 방식을 배우다

팀윙크 김형석 대표

 

 국내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와 더불어 ‘레고랜드 사태’로 시작된 단기 기업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경제는 침체의 위기에 접어들었다.

 

 자금시장이 악화되고 경제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기업은 효율성에 집중한다. 투입자원을 최소화해 안정을 추구한다. 하지만 효율에 집중하는 위기 대응은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곰’의 생존 방식이다. 자칫 성장은 둔화되고 장기적 악화에 빠질 수 있다. 유지의 관점에서 효율화는 중요하지만 경제위기엔 오히려 역성장 우려가 크다. 효율성은 시스템화로 개선을 추구하고, 신규 사업이나 사업확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공격적 확장의 관점으로 사업 전략의 한 축을 잡아가야 한다.

 

 신사업 진출이나 사업확장 등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일반 기업들은 통상 3~5년 계획을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실행과제를 뽑아 시장에 진입하는 형태의 마스터 플랜을 활용한다. 시장 성장과 경쟁강도, 팀의 성장 속도 등을 수치화해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 시스템화된 기존 사업은 이러한 사업계획이 유효하다. 최대한 변수를 통제하고, 계획한 바를 실행함으로써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실험에 집중한다. 작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시장 반응을 살펴보며 새로운 기회를 끊임없이 찾는다. 호황기라 하더라도 스타트업은 불확실성이라는 위기와 늘 함께 하기 때문에 장기적 마스터 플랜보다 실험과 검증을 반복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되고, 생존을 위한 시장 확장이나 신규시장에 진출할 때는 꼼꼼한 마스터 플랜보다 빠른 실행과 실험이 중요하다.

 

 평가시스템도 이러한 실행 방식에 맞춰져 있다. 많은 기업들이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점검을 하는 MBO(Management By Objective)를 도입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초기 MBO는 연봉인상이나 인센티브 같은 외적보상으로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통제를 통해 자발적 동기부여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은 자기통제가 아닌 조직통제 방식으로 MBO를 운영한다. 결국 ‘할 수 있는’ 목표를 수립하고, 성장보다 보수적인 목표 달성에 집중하게 된다. 더 큰 성장보다 약속 이행에 중점을 둔다.

 

 스타트업은 MBO가 아닌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서비스(제품)의 시장성을 데이터로 파악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닌 ‘더 높고, 어려운’ 목표를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더 짧은 주기로 실행하고, 이를 회고하며 성공과 성장의 방해요소를 찾는다. 다음 실험에 개선이 필요한 구체적 행동과제를 실행해 개선한다.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개인의 보상보다 집단의 성장에 집중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해 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몰입도를 높여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 문화를 학습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이 ‘곰’의 겨울 잠보다 추운 겨울에도 먹잇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늑대’의 겨울나기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의 시대다. 자동차 경주같은 트랙경기에서도 직선 코스가 아닌 위험하고 어려운 코너링에서 역전의 기회가 생긴다. 엔진이 좋은 차라고 해서 반드시 우승이 보장되진 않는다. 적절한 상황인식과 전략, 그리고 빠른 행동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을 배워 겨울을 이겨내고, 다가올 봄을 준비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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