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1%대 그치나…먹구름 드리운 韓 경제

주요 기관 연이어 1%대 전망치 제시
수출 내수 동반 부진 속 성장률 제고 방안 절실

인천 신항 한진컨테이너터미널. 뉴시스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거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수출 경기 악화에 더해 내수 회복세마저 꺾이며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7일 경제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1.7%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 2.1%대비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이 부진을 이어가며 성장률을 갉아먹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급락하며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확산에 수출 효자인 반도체 수출이 30% 줄었고, 수출대상국 중에선 최대교역국인 중국향 수출 규모가 1년 전 대비 26%나 감소했다.

 

 민간소비 회복세도 제약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말 현재 가계 가계신용 잔액이 역대 최대인 1870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가파른 금리상승의 여파로 가계의 구매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 속에서도 7개월 연속 5%대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포인트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한은은 내년 민간소비 성장률을 올해 전망치(4.7%)보다 낮은 2.7%로 제시했다. 이 밖에 설비투자는 높은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투자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투자 역시 주택경기 둔화, SOC예산 감소 등으로 부진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주요 기관 및 민간연구소들도 잇따라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 한국금융연구원의 전망치는 한은과 같은 1.7%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하향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이보다는 다소 높은 2.0%이었지만 지난 10월 전망치(2.1%) 보다는 낮았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한국 성장률을 -1.3%로 전망하며 역성장할 거라는 암울한 분석도 내놨다. 마이너스 성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0.7%) 이후 처음이다.

 

 정부도 이달 중하순 경 발표하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제시했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5%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어떠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까. 우선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한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근원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내년 초까지 소비자물가가 5%대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가계가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에 다소 속도를 조절한 상황이지만, 한은은 물가를 4%대 이하로 낮추기 위한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4일 ‘본격적인 수출-내수 동반 침체의 시작’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2분기처럼 도시 봉쇄로 물류망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응해 핵심 원자재 및 부품에 대한 수입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공급망 위기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산업별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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