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대목’ 빨라지고 고물가 장기화… 사라지는 연말 특수

11월 첫 주부터 ‘코세페’ 신호탄
한달 간 온오프서 대대적 세일
소비자 일찌감치 ‘텅장’ 신세로
인플레에 소비심리까지 ‘꽁꽁’

[정희원 기자] 12월 연말 ‘대목’ 개념이 사라져 가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의 영향으로 매년 11월이 ‘쇼핑의 달’이라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11월에 예상외 지출을 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12월에는 상대적으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국내 유통업계도 11월을 ‘쇼핑 대목’으로 인식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에 연말까지 대목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의 모든 온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브랜드가 세일에 나서는 시점이 11월 첫 주로 빨라졌다.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시작으로 쇼핑 시즌이 시작된다. 신세계의 ‘쓱데이’, 11번가의 ‘십일절’ 등 대기업들도 적극 참여한다. 여기에 수능, 크리스마스와 연말 송년회 등이 이어지며 대목이 이어진다. 올해는 월드컵까지 가세해 유통업계 최대의 대목으로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지난 2년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대목을 누리지 못한 유통업계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선보였다.

 

이같은 업계의 맹공격에 쇼핑 계획이 없다가도 11월 한달간 지속되는 세일 알람에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르는 소비자도 많다. 국내 채널을 활용한 쇼핑은 물론 해외 직구까지 활용하다보면 통장은 어느새 ‘텅장(텅 빈+통장을 합친 신조어, 돈을 다 썼다는 의미’이 된다.

 

다만 업계는 올해는 연말까지 대목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같은 현상은 ‘원조 블랙프라이데이’를 선보인 미국에서 이미 보여지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홀리데이 리테일 서베이 2022’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었지만 소비를 갑자기 줄이지는 않았다. 조사 결과 22%의 소비자들은 ‘쇼핑 시즌을 맞아 지출이 확대될 것’이라 답했으며, 이 비중은 전년에 비해 2%P 소폭 증가했다. 반대로 ‘지출이 축소될 것’이라 답한 이들의 비중도 26%였다. 이 역시 1%P 늘어났다.

 

지출 확대 응답자 중 51%와 지출 축소 응답자 중 66%는 답변한 이유로 각각 ‘물가 상승’을 들었다. 지출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이유 모두 물가 상승 때문인 셈이다.

 

특히 미국 소비자 73%는 이번 연말 시즌, 물가 상승과 관련 제품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재고 부족에 대한 우려에서 기존 연말까지 쇼핑하던 것과 달리 다소 이르게 연말 쇼핑을 마무리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 응답자 중 38%가 ‘지난해보다 일찍 쇼핑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심지어 ‘10월 안에 연말 쇼핑 예산의 25%를 소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들은 쇼핑 기간도 작년 6.4주에서 올해는 5.8주로 줄였다.

 

국내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무섭게 치솟는 환율·금리·물가 등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는 명품·패션·의류 등의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좋아 분위기가 좋았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4분기 실적 전망도 애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물가 인상에 가계 부담이 커지다보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며 “또 연말에 세일을 진행하더라도 이미 11월에 쇼핑을 마친 소비자들도 많아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려 11월에 쇼핑 계획을 세우는 소비자도 많고, 세일에 솔깃해 11월에 예상외 지출을 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12월에는 상대적으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도 적잖다”며 “연말에 여력이 없는 데다가 ‘3고’까지 영향을 미치고, 설 명절에 대비하려다보니 결국 연말세일은 11월 세일에 비해 의미가 줄어든 것 같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ap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