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새해 ‘5조’ 담았다…반도체·2차전지·금융株 강세

금리인상 마무리 전망에 반등 기대감
원·달러 환율 하락도 한몫…1230원대

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작년 말 대량으로 팔았던 대형주 및 은행주 등을 담으며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우려가 잦아든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인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외국인은 5조194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에 1조6995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한때 20%대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지분율도 30%대를 회복했다.

 

 최근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외인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도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은 1440원에 달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현재 200원 가까이 하락한 123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반도체, 2차전지 등 그동안 대량으로 팔았던 대형주 위주로 매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조7148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올 들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조9316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네이버도 작년에 3조515억원을 매도했으나 올해는 372억원어치를 매수하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반도체, 2차전지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며 “구정 연휴 기간 미국 증시 상승과 더불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테슬라 강세가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테슬라가 최근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우려가 있었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분석에 강세를 보이자, 국내 2차 전지 업종도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은 배당 등 주주환원 가치가 회복되면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금융주도 사들이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0배에 그친다. 이는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6%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KB금융의 경우 올 들어 외국인이 1249억원, 기관이 873억원어치를 샀다. 신한지주는 외국인이 1983억원, 기관이 628억원을,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이 1876억원, 기관이 421억원을 각각 사들였다. 카카오뱅크 역시 913억원과 343억원을, 우리금융지주는 320억과 242억원을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했다. 

 

 다만 최근 금융주들의 급등세가 가팔라 숨고르기가 나타날수는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금융회사 골드만삭스가 ‘실적 쇼크’를 공시한 것과 같은 불황의 그늘 ‘연체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은행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이 신용도위험 상승으로 연결되는 데 시차가 존재함을 고려하면 올해 연체율 상승 기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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