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임금 수준이 일본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한국이 훨씬 컸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한일 임금현황 추이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2년 기준 상용근로자 월 임금총액은 179만8000원으로 일본(385만4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2002년 한국의 대·중소기업 임금은 각각 228만4000원, 160만8000원이었지만 일본은 각각 483만6000원, 310만6000원이었다. 하지만 20년 후인 2022년 한국의 월 임금총액은 399만8000원으로 일본(379만1000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소기업의 임금은 각각 588만4000원, 339만9000원으로 모두 일본보다 높았다.
한일 간 기업 규모별 임금 인상률도 차이가 컸다. 2002~2022년 한국의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157.6%에 달했지만 일본의 대기업 임금은 되레 6.8% 감소했다. 중소기업 임금 인상률도 한국은 111.4%였지만 일본은 7%에 그쳤다.
양국의 근로시간 변화까지 고려하면 임금 인상률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월 근로시간이 13.8% 감소하는 동안 월 임금총액은 122.3% 늘었다. 이에 따라 시간당 임금은 2002년 9954원에서 2022년 2만5661원으로 15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근로시간과 임금의 변동이 거의 없어 시간당 임금 수준도 비슷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경우, 한국이 일본보다 더 컸다. 2022년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중소기업 임금은 한국이 57.7로, 2002년(70.4)에 비해 오히려 12.7%포인트 낮아졌다. 일본은 2002년 64.2에서 2022년 73.7로 높아졌다. 한국의 대기업 임금 인상률이 급격하게 높아진 셈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고임금 대기업일수록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협력사의 경영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