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평소 무표정을 유지하는 시 주석이 이 대통령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활짝 웃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돼 화제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담을 마치고 선물을 주고받는 친교 시간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먼저 본비자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로 건넸다. 시 주석은 바둑판을 만져보며 “정교하게 만들었다. 아주 좋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바둑 애호가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위해서는 은 손잡이 탕관과 은잔 세트, LG에서 만든 영양크림과 아이크림을 준비했다. 시 주석은 화장품을 보며 “여성용이냐”고 농담을 건넸고 이 대통령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국 측의 선물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중국의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의 스마트폰 두 대가 눈에 띄었다. 중국 측 관계자는 “지난해 생산된 샤오미의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 안의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삼성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두드려보며 “통신보안은 잘 됩니까?”라고 묻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고 시 주석도 웃으며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라”고 응수했다. 백도어는 악성코드의 일종으로 보안 시스템을 피해 접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뜻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박장대소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밖에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옥으로 만든 벼루·붓 등 문방사우 세트를,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를 위해서는 펑리위안 여사가 준비한 중국 찻잔 세트를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너무 귀한 선물 감사하다. 셰셰”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과 함께한 또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차례 미소를 보였다. APEC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달 31일 정상회의장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웃음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 주석이 전날 입국 기념 선물로 받은 황남빵이 맛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우호적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시 주석은 전날 경주 라한셀렉트호텔 만찬장에서 이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지드래곤 등의 공연을 관람하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