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김모(40)씨는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확인할 때마다 놀란다. 하반기 들어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김씨는 주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신용카드 발급, 할인쿠폰 등을 알아보고 있다.
석유류 가격과 일부 수입산 먹거리가 많이 오른 영향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2%대 중반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정부는 긴장감을 갖고 먹거리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일 국가데이터처의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지난 10월(2.4%)과 동일한 상승 폭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했다가 8월엔 1.7%로 하락했다. 이후 9월 2.1%로 올라서는 등 3개월째 2%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석유류가 5.9% 뛰면서 올해 2월(6.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전체 물가를 0.23%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경유(10.4%), 휘발유(5.3%) 등에서 상승 폭이 컸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데다가 고환율 요인까지 반영되면서 상승 폭이 전월(4.8%)보다 커졌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지난달 5.6% 뛰면서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수입 축산·수산물, 수입 망고·키위 등 수입산 과일도 환율에 영향을 받았다. 햅쌀은 출하량 증가로 물가 상승세가 누그러졌지만 가을철 잦은 비 등 영향으로 채소 가격의 하락 폭은 줄어들었다. 겨울철 소비가 많은 귤도 26.5% 올랐다.
돼지고기와 국산 쇠고기는 각각 5.1%, 4.6% 뛰었다. 갈치(11.2%), 고등어(13.2%) 등도 환율 영향으로 수입산 가격이 오르며 10%대 상승했다.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수입 농축수산물이 환율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가공식품, 외식 물가도 원재료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도 2.9% 상승했다. 지난해 7월(3.0%)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신선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4.1% 올랐다.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3%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0%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주요 품목 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물가 관리가 민생 안정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각오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먹거리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규제하지 않았던 치킨 외식 분야에도 중량표시제를 도입한다”며 “15일부터 10대 치킨 브랜드의 조리 전 중량 표시를 의무화하고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가격과 중량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도 기간을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