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후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십견 진단을 받는다. 오십견은 흔히 50세 전후에 발병한다고 붙은 이름이지만,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 관절을 둘러싼 관절낭이 두꺼워지고, 그 안에 염증과 유착이 생기면서 어깨 움직임이 점차 제한된다. 초반에는 단순한 근육통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팔을 들거나 돌리는 동작이 어려워지고 옷을 갈아입거나 머리를 감는 일조차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십견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노화로 인한 어깨 구조의 퇴행성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 장기간 어깨를 사용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호르몬 변화나 생활 습관과도 관련된다. 외상이나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초기 염증이 생긴 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오십견은 일반적으로 세 단계를 거치며 진행된다. 첫 단계인 통증기에는 어깨 염증이 시작되면서 통증이 심하고 밤에 특히 아프다. 팔을 움직이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두 번째 단계인 동결기에는 통증이 점차 완화되지만 어깨 움직임이 뻣뻣해지고 관절 가동 범위가 제한된다. 마지막 회복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착이 풀리지만, 어깨 기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소염제, 진통제, 온열치료, 전기 자극 치료와 같은 보존적 물리치료로 관절 운동 범위를 유지하며 통증을 완화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관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통해 염증을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만으로 관절 운동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거나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관절수동술이다. 관절수동술은 마취 상태에서 전문의가 직접 굳은 어깨 관절을 수동으로 움직여 관절낭의 유착과 경직을 풀어주는 비침습적 시술이다. 시술 시간은 10~20분 정도로 짧으며, 절개가 필요하지 않아 감염과 출혈 위험이 낮다. 다만, 시술 후 냉찜질과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하면 재유착으로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재활 치료도 관절수동술만큼 중요하다. 시술 후 초기에는 통증과 부종을 조절하면서 가벼운 관절 운동을 시작하고, 점차 스트레칭과 능동적 운동, 탄력 밴드 운동을 통해 근육과 관절 기능을 회복한다. 꾸준한 재활 없이는 시술 효과가 반감될 수 있으며, 어깨 관절의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진다.
오십견을 예방하고 어깨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평소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간단한 어깨 스트레칭을 하루 여러 차례 반복하여 어깨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 장시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30분마다 잠깐씩 일어나 팔과 어깨를 움직여 근육이 굳지 않도록 한다. 추운 계절에는 어깨 근육이 쉽게 경직되므로 보온에 신경 쓰고, 수시로 온찜질이나 간단한 마사지로 근육 긴장을 완화하면 좋다.
이철 삼성동 휴고든 정형외과 원장은 “오십견은 자연 치유될 수 있지만, 적어도 6개월에서 길게는 2~3년 걸리기도 한다. 방치하면 어깨 움직임이 제한되고 근육이 위축되며 일상생활 속 불편함이 커지고,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회복이 느리므로 초기부터 정확한 치료가 필요하다. 진통제나 파스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