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나이를 숨길 수 없는 기관이다. 40대 이후 스마트폰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책을 멀리 놓아야 선명하게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면 흔히 노안으로 인식된다. 노안은 다양한 노인성 안질환 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자각할 수 있는 변화로, 노안 증상이 느껴진다는 것은 눈의 노화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따라서 이 시기를 전후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노안 증상 외에 빛 번짐이나 시야 흐림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다른 노인성 안질환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노안과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거나 증상이 혼동되기 쉬운 주요 노인성 안질환을 대구 누네안과병원 서재신 원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백내장
노안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 바로 백내장이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으로, 안개가 낀 듯 시야가 뿌옇고 눈앞이 침침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서재신 원장은 "노안과의 가장 큰 차이는 시야 범위다. 노안은 근거리 시야만 흐려지고 원거리는 잘 보이는 반면, 백내장은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에서 시야가 흐려진다. 백내장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발병 초기부터 바로 수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약물치료로는 혼탁해진 수정체를 다시 맑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시야가 흐리다면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증가로 백내장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므로, 젊은 사람이라도 눈앞이 흐릿하게 느껴진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
녹내장은 시신경에 발생하는 점진적인 손상과 함께 그에 따른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신경이 손상되면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녹내장에는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이 있는데, 개방각 녹내장은 대부분 천천히 진행되며, 초기에는 시력에 영향이 없고 한쪽 눈부터 천천히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아 병이 생겨도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서재신 원장은 "폐쇄각 녹내장은 반대로 급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안압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두통, 안통,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경우 몇 시간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높은 안압 때문에 녹내장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의 약 70~80%는 안압이 정상범위임에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에 해당한다"며 "이런 경우에도 시신경 손상은 일어나므로, 안압을 낮추는 점안액 치료가 기본으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즉 필요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을 통해 안압을 조절하며, 녹내장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황반변성
황반변성은 눈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 부위의 시세포가 변성되어 시력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황반은 빛이 초점을 맺는 중심 부위로, 시력의 핵심 역할을 한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 노폐물이 쌓이면서 시세포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가장 흔한 형태이며, 방치하면 망막 위축이나 습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밑에 비정상 신생혈관이 발생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사물이나 직선이 휘어 보이는 변형시, 물체 중심이 잘 보이지 않는 중심암점이 나타난다면 단순 노안이 아니라 황반변성을 의심해야 한다.
서재신 원장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시력이 더욱 잘 보존되는 만큼, 의심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건성 황반변성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는 만큼, 심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한데, 항산화제를 섭취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해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안과 노인성 안질환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적이다. 40대 이후에는 1~2년에 한 번씩 안저와 시야 검사를 포함한 종합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충분한 조명 환경에서 근거리 작업을 하고, 자외선 차단과 항산화제 섭취 등 생활습관 관리로 눈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서재신 원장은 “노안은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단순 근거리 시력 저하로 끝내지 않고 혹시 모를 노인성 안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평생 시력 유지의 핵심”이라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