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속 인상]한은, 0.25p 금리인상…10년 4개월 만에 최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로 하향조정
물가·환율 소폭 안정, 레고랜드 사태 등 영향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00%에서 0.25%포인트(p) 올린 3.25%로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는 2012년 7월(3.25%)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내년 성장률 전망은 1.7%로 대폭 낮춰잡았다.

 

 한은의 이같은 결정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00명 중 99명의 채권전문가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고 이들 100명 중 70명이 0.25%p 인상을 예상했다. 응답자 중 29명은 0.50%p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의 근거였던 물가와 환율이 소폭 안정된 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불안이 높아진 상황이라 한은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7.9%를 밑돌았고, 한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5.7% 올라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아직 지표가 등락을 반복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지만 일단은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인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이 자리잡은 상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0월에는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환율 대응을 위해 인상 폭을 이례적인 수준인 0.5%포인트로 확대한 바 있으나, 이후 외환시장의 여건이 크게 안정돼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한은의 베이비스텝 단행에 영향을 줬다. 다음 달 연준이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한미 금리차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단기 자금시장 불안 요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12월 연준이 금리를 0.5%p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한은의 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p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을 2.6%, 내년 성장률은 2.1%로 전망했는데 기존보다 내년 전망치를 낮춰잡은 것이다. 이는 2020년 마이너스 성장 이후 최저 수준이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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