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동결] 금리 또 동결하고 성장률 전망 낮춘 한은

"물가 상당기간 목표 상회…현 기조 유지 적절" 판단
성장률 전망치는 1.6%→1.4%로 하향 조정
이창용 총재 "저성장 기조, 한은이 단기 해결 불가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또한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종전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2월, 4월에 이어 3차례 연속이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다만 금통위원 모두 최종금리를 3.75%로 제시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은) 소비자물가가 예상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의 둔화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이를 더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게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 등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금통위원들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금리동결 결정엔 불안한 경기 상황도 고려됐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민간 소비의 개선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對)중국·IT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0.3% 성장에 머물렀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1%를 기록하며 4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이 뿐만 아니다. 무역수지는 수입규모가 수출규모보다 큰 상태가 지속되면서 14개월 연속 적자다. 올해 1~4월 중 누적 무역적자액은 252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한 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1.4%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성장률(2.6%)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한국개발연구원(KDI)(1.8%→1.5%), 한국금융연구원(1.7%→1.3%), 국제통화기금(IMF)(1.7%→1.5%), 무디스(1.6%→1.5%) 등 주요 기관들이 연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과 방향성이 같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IT 및 반도체 경기 회복이 미뤄지고 있는 데다,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중국발(發) 긍정적 요인이 주변국에 파급되지 않았다. 중국의 성장도 내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IT 부진 요인을 제외하면 한국의 성장률은 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률은 상저하고 패턴을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의 경제가 이 정도 수준에서 성장하고 있다면 주요 선진국의 평균 성장률(1.3%)에 비해 비관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은 총재로선 이례적으로 장기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점도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미 장기 저성장 기조로 와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해 이러한 큰 트렌드를 벗어나기 위해 빨리 대응해야 한다”면서 “5년, 10년 후엔 노후빈곤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너무 어려워서 진척이 안 되고 있다. 교육개혁 및 연금개혁을 비롯해 이민 및 해외 노동자활용 방안 논의 등에 대한 진척이 없는데, 이를 통화정책과 재정당국더러 단기에 해결하라고 한다면 이는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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