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전환 드라이브에 車업계 당혹... 이유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신차의 70%를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자동차 산업의 구조 조정과 대규모 고용 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열고 전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친 2035 NDC를 상향 확정했다. 기존 2030 NDC 단일 감축률 40%와 달리, 상·하한을 53~61%로 설정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5년 판매하는 신차의 7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2035년까지 무공해차를 840만∼980만대 보급해 전체 자동차 중 무공해차 비중을 30∼3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계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에 따라 2040년에는 내연차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2035년 NDC 달성을 위해 신차의 70%를 전기·수소차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 NDC 확정에 자동차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업계에선 현재 신차 등록 대수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목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추이는 예상보다 더디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차 등록 대수(139만9145대)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3.6%(19만522대) 수준에 그쳤다. 이 기간 판매량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전기차 신차 등록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려면 약 98만대를 판매해야 가능하다. 이는 같은 기간 휘발유(62만6562대)와 하이브리드(37만2416대)의 신차 등록 대수를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2035년 휘발유, 하이브리드 차량 대부분을 전기차로 대체해야 정부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 

 

 또 업계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 조정과 대규모 고용 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NDC에 우려를 표하며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AIA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한국자동차연구원, 현대기아협력회, 한국GM협신회, KG모빌리티협동회 등 11개 자동차 관련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KAIA는 "그동안 업계가 제기했던 급격한 전환에 따른 문제점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채 목표가 설정돼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는 향후 이행과정에서 산업계 충격을 최소화하고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과감한 수요 창출 정책으로 목표 달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전환에 따른 부품업계와 고용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KAIA는 자동차 업계의 2035 NDC 이행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먼저 수송 부문 감축량 목표는 유지하되 수송부문 내 감축 수단 다양화와 감축 수단별 감축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이행과정에서 무공해차 비중은 시장 상황에 따라 현실화하되 부족한 감축량은 교통·물류 부문 감축 수단을 통해 충족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하이브리드차, 탄소중립 연료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해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AIA는 규제가 아닌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국산 무공해차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며 무공해차 대당 보조금 확대, 충전요금 할인 특례 한시적 부활, 고속도로통행료 50% 할인 유지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KAIA는 무공해차 생산 세액공제 도입 등 부품업계를 위한 전환 지원정책을 수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지난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과 함께 2035 NDC의 수송부문 무공해차 보급 목표의 현실적 조정과 산업·고용 충격 최소화를 위한 지원정책 강화를 위한 공동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3개 단체는 "정부 NDC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 수준의 과도한 목표로, 부품 산업의 구조조정과 대규모 고용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공해차 등록 대수 목표를 550만∼650만대(등록 비중 19.7∼23.2%)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건의했다. 아울러 단체들은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보조금 인센티브 확대, 3년간 한시적 보조금 유지와 충전요금 50% 할인 특례 부활, 공동주택 지정 주차제·차량 통신(V2X) 인프라 구축 등 이용 편의 개선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촉구했다. 

 

 강남훈 KAMA 회장과 이택성 KAICA 이사장,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은 "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급격한 전환은 오히려 고용불안과 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산업과 노동이 함께 지속 가능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실질적인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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