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1만대 넘게 운영 중인 에어버스 A320 계열 여객기에서 급강하 같은 심각한 이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문제가 발견돼 유럽연합(EU) 항공당국이 대규모 리콜 명령을 내렸다. 항공 수요가 많은 주말을 맞아 세계적으로 수천대 규모의 운항 차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블룸버그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이날 자사 A320 계열 여객기 상당수를 대상으로 즉각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는 리콜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A320 계열에는 대표 기종인 A320 외에도 소형기인 A319과 중형기 A321도 있다. 신형 엔진을 장착한 A320 네오도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세계에서 운항 중인 A320 계열 여객기는 약 1만1300대다. 이 중 1987년 첫 비행을 한 A320이 약 6440대로 많다.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에어버스의 발표 직후 대상 여객기들이 즉시 해당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거나 수정하고 비행해야 한다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A320 계열 여객기 소프트웨어 문제는 지난 10월 30일 발생한 미국 항공사 제트블루 여객기 급강하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멕시코 캉쿤에서 뉴저지주 뉴어크로 향하던 여객기는 자동 조종 상태에서 갑자기 급격히 고도가 떨어져 플로리다 탬파에 비상 착륙했고 이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여러 승객이 다쳤다.
EASA는 긴급 지시를 내리면서 에어버스가 실시한 초기 기술 평가 결과, A320 계열 여객기의 승강타·보조날개 제어 컴퓨터인 ‘ELAC 2’ 이상이 당시 여객기 급강하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조종사의 조작 없이 승강타가 움직여 기체 구조의 한계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어버스는 강한 태양 방사선이 비행 조종 기능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콜은 에어버스 55년 역사에서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는 “A320 계열은 전 세계에서 1만1000대 이상이 운항 중인 에어버스의 압도적인 주력 기종인 만큼 이번 결과는 에어버스에 상당한 골치 아픈 일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상 여객기들이 문제의 소프트웨어를 반드시 교체하고 나서야 다시 비행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정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A320 계열 기단을 운용하는 세계 항공사들이 항공 노선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에어버스320 계열 여객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사들도 다수 도입해 사용 중이다.
에어버스는 “이 권고가 승객과 고객에게 운영상 차질을 야기할 것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